(이미지)달을 숙성시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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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숙성시키며
십년 전 고향을 떠나올 때
동내 앞 저수지에 넣어두었던 달을 찾으려고 뒤적인다
잘 발효 되었겠지
건져서 마음의 상처 입고 고생하는 누나에게
달콤한 맛일까
새콤한 맛일까
찾지 못했다
넣어둔 곳 정확한 자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힘없이 돌아와 누나를 본다
누나 얼굴이 달라졌다
도시에서 도망 와서 밤이면 하염없이 저수지 곁에서
울다 보니 달빛에 물들어 점점 달빛 얼굴처럼 환해졌다고 한다
누나가 달 효소를 먹은 주인공이라니
참 다행이다
도시에서는 어디에다 달효소를 발효 시켜야 할까
돌아오는 길 내내 웃고 있는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저 달을 아내의 품에 넣어볼까
늘그막에 달덩이 같이 새콤 달콤한 늦둥이 보고싶다
도시의 달은 안되겠지
고향의 달은 풋풋한 정이 스며 있으니
마누라 오늘 밤에 ....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달
넣어둔 자리 잊을까 봐
둑방에서 앞으로 열세 걸음
거기서 어림짐작
물 위를 열다섯 걸음.... 먼 훗날
돌아와
걸음을 헤아렸지만, 없네
누가 가져간 걸까
내 유년
저수지에 달이 뜨는 게 아니라
달에 저수지가 뜰 것 같습니다.
폭이 넓고 깊은 글 맛 보고 갑니다.
이기혁님의 댓글

어려서 이런 시를 못쓰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좀 더 나이를 들어야 하나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