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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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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8회 작성일 17-01-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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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머리와 팔다리 없어도 완전한 모습을 지니고 난 만들어졌다
한 번의 인연으로 만남을 다하는 하루살이도 되지 못하는 존재
한 번의 순간이 생의 최고 발화점, 몸속에 들어온 물컹한 내용물을
서서히 발화시키면서 지신을 비운다

나무의 이름을 지녔던 세상에는 팔다리가 있었지

일회용이 아닌 무수한 날들을 경영하면서
일회용이라는 짧은 운명을 예감하지 못했지
환생을 꿈꾸는 더 높은 환생에서 밀려나 생각해보지도 못한 저승의 세계
서로 톱질하고 잘라먹고 후벼 파서 구멍 내고
다른 성질을 버무려 낯선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이것이 원래 그 모습이다 하는,

한번 변한 모습은 쉽게 돌아갈 순 없지
변해버린 모습에 잉크로 그려 넣은 눈 코 입은 웃는 것을 멈추었지
입술을 맛보면서 입술에게 자신의 말을 하라고 했지만
입술들은 그의 말을 쓰억 마셔버렸네

서로 소통이 없음이 증명되는 순간은 서로의 이름을 지우는 세상에서
몸통만 들어내 놓고 죽음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1-25 10:20:0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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