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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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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5회 작성일 17-01-03 17:04

본문

파동

 

이영균

 

 

아버지는 강(江)이고 그는 해(海)다

할아버지는 하늘의 생명수 한 방울씩 받아 이룬 샘(泉)이다

 

샘 아래 강, 강 다음 해

해의 가상이 물 끝에서는 더는 다음이 없어 파도이다

 

파도 물팔매 후려치며 부서져라, 갯바위에 화풀이다

바위틈에 혀를 들이밀고 중언부언 그다음 언어의 거품들만 잠드는 해안

 

한 물길은 소라의 언어 뇌까리고

키 큰 물길은 빙하의 원시 방언으로 고함을 치고

작은 물길들은 물고기들의 은어로 쏙닥거려 자박자박 잦아드는 물거품이다

  

 

처음엔 시원한 화음이었다

차츰 물의 혀와 혀가 허옇게 요동치더니 더는 나아갈 수 없어 분노하여

제 몸 부숴 하얗게 가라앉혀 물거품이 되고 만다

 

큰물 되란 할아버지의 당부

깊어 심오하란 아버지의 바람

인내하리란 자신의 각오, 모두가 갯바위에

산산이 부서지는 날벼락이어서 종말이 물거품이다

 

 

태산 무너지듯 부서져 내리는 큰물의 물보라

작은 물들이 피눈물이라 여겨 제 거품 위에 받는다

 

꿈이 거기서 다 깨지나?

 

물거품 술렁거리다 허망하게 썰물 지는 해안에 말라붙을 때쯤

큰물 작은 물, 물의 소리 차츰 멀어져 수평선 너머로 간다

 

 

다시 밀물이 온다. 무모한 답습인 줄 알면서도 저리

거침없는 진격은 잠언의 울림이다

 

보이는 건 뿌리에서 일어나는 물보라여서

부서지고 말면 잠잠히 울려 퍼질

샘의 메아리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1-05 14:28:4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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