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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64회 작성일 17-01-13 11:53

본문

오후 세 시

햇볕은 축복을 가장한 얼굴로

사람들을 향해 뜨겁게 달군

총구를 겨누고 있다

긴 혀가 입 밖으로 나온

개 한 마리가

그늘속으로 꼬리를 감추고

폐휴지를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한 마리 낙타처럼 힝단보도를 건너는

노인의 등 위로 사정없이 쏟아지는 땀

얼굴에 달라붙는 파리떼를

고개짓으로 휘휘 떼어내며

질질질 끌고 가던 수레를 멈추고

횡단보도 한 가운데서 소리를 지른다

"야, 이 씹새끼들아"

퇴로가 막힌 사람들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휴대폰 속으로 고함소리가 사라진다

신호등이 경기를 일으키며 시뻘건 오물을 토해낸다

노인의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한다

햇볕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총구에 손가락을 걸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탕

노인이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누구도 햇볕이 포획한 사냥의 흔적을 찾지 못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7-01-15 22:29:3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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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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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7-01-13 12:06

이야기의 한 시점을 포착해 사정없이 쏜
멋진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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