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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단상

 

이영균

 

 

맨땅에 피는 확 찰나가 된다

 

찰나는 저 밖에 내리는

물방울들의 비명이자 변신이다

 

끝이자 시작이기도 해서

어디엔가 스미어 누군가의 목숨이 되거나

흘러 거대한 합이 되기도 한다

 

그 하나 됨은 무수한 개체의 승화이지만

저 방울방울 피어나는 확 하나하나

융단 같은 화인이고 삶의 몸부림이다

 

너무 크면 충격 감당하기 어려울까 봐

너무 작으면 번짐이 없을까 봐

적당히 자장가 선율처럼 내리는 비명들

 

건조한 걸 좋아하는 바닥은

순간에 익숙하여

위세 번질거리다 이내 사라지게 하고

 

흐름을 즐기는 작은 도랑은

서로 어우러져 도란거리듯

무성한 사연의 풀숲 이루게 하는데

 

확, 피워가는 저들의 대장정

물의 찰나라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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