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벤트> 환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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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
깨끗한 창문은 벽에 뿌리를 내린다 집집마다 숨어 있는 날개가 있다 어느 도감에도 나와 있지 않은 새들, 새의 와류를 따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빠져 나간다
하루분의 저녁이 빠져나가면 떼 지어 날아가는 새들, 세상은 여섯 날개로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다고 벽에 숨어 웅웅거린다 손가락 한 개로 환기되는 저녁은 쾌적하다 온 몸이 수증기인 나는 물방울의 방울
한 여름 공중을 유영하는 나비들과 포르르 날아오르다 날개를 접는 무당벌레들은 날개 밖으로 계절을 빼내는 중이고 계절풍을 앓는 새들은 서쪽으로 쓸려 나가는 중이다 망사 옷을 입은 잠자리들은 겨울 쪽으로 부지런히 가을을 빼내고 있다
꼬리를 까딱거리는 새들, 새의 발목이나 잠자리의 꼬리를 잡으면 후드득거리거나 파르르 떨 듯 어쩌다 피복 벗겨진 꼬리 한번 만지면 화들짝 놀라곤 했다
코드 없이도 감전되는 환풍기의 꼬리, 오늘은 새들이 열심히 빼내고 있는 공기가 산을 흔들며 지나간다 가을이 다 빠져 나간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아이러부유크림 발라드리고 갑니다.
어때요..
크림 효과 좋죠..// 믿습니다 화이팅~~좋아요..꾸욱~~
이장희님의 댓글

[코드 없이도 감전되는 환풍기의 꼬리]
와우~ 감동, 화려한 문체
눈을 뗄 수 없는 시어
이 가을 행복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성영희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