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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서 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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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3회 작성일 16-11-14 15:53

본문

잘려서 저린

- 꼬리의 실체 -

 

이영균

 

 

회현역 계단을 오른다

오름 끝 의료매장을 지나 목전에 갈치식당 골목이 나온다

식당 입구부터 좁은 계단을 또 오른다

3평 남짓 2층 지나 2평 남짓 3층 다락방

서민의 식사 높아도 남산 아래 매인다

 

회현역에서 줄지어 앉은 길거리 행렬

그 끝 광화문 앞이란다

끝에서 또 계단을 오르면 백악산 아래 매인 눈먼 집이 나온다

눈먼 척, 귀먹은 척, 암산의 품에 숨은

잠든 척 거짓의 그 모든 것 지켜보는 남산

 

지켜보느라 밤낮 눈 부라렸기에

남산의 기운 전하려 사람으로 사슬을 지은 것이다

남산 자락에서 종일 기를 전하고 있어

눈가림 귀 막음 더는 소용없는 천지에 벌거벗은 듯

황혼에 부끄러운 빛으로 물들었다

 

더는 무엇으로 가릴 것인가?

연연하는 저쯤의 막다름에 애면글면

아무 데도 의지할 곳 없어 손바닥이 저리다

저린 손 꽉 쥐면 막다름이 두렵고 손 펴면 환하게 드러날

막장 부끄러워 권세 쥐락펴락하던, 줘도 펴도 저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1-17 19:55:52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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