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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205회 작성일 16-11-22 21:45

본문

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가/

 

 

 

손바닥 반만 한

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가

 

 

눈치도 없이

가을을 끌고 계절의 문턱을 넘어 가네

뒤풀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휘몰아치는 가을 찬바람에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이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잿빛 하늘 이고 가는 旅路같기도 한데

고것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가을은

길 잃은 아이처럼

계절의 미로에 갇혀버릴 것도 같은데,

손바닥 반만 한 고것이

까칠한 눈총에도 겁도 없이

가난한 겨울의 문고리를 잡으려 하네

그 모습 마치 오래된 풍경화 같아서

두 눈 부릅뜨고 찬찬히 살펴보면

언제나 곁에 있으리란 희망을 둘둘 말고

가래침 뱉고 계실 아버지가 있을 듯하네

 

 

가을 끌고 가는 벌레 먹은 나뭇잎아

너무 오래 머물진 말거라

때 되니 덧없이 떠나시던 아버지처럼

헛된 희망은 몸피만 부푼 어린아이 같으니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6-11-29 12:21:51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

눈치없는 헛된 희망은 왜 그렇게 끊임없이
초라한 삶을 부추기는 건지..

시를 읽으니

그 언젠가 썼던, 졸시 <마지막 잎새>도 떠오르고

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

그래도, 푸른 잎이었던 아슴한 기억은 곱게 간직하고 있으니
그 언젠가는 다시 푸르게 피어나겠지요

비록, 지금은 헛된 희망 같지만... 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늘 건강하세요 - 건필하심은 옵션이 아닌, 기본

핑크샤워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밤새 다녀 가셨군요
지난 주 뿌리공원(일종의 족보를 묘지로 세워 놓은 공원)에 갔는데
벌레먹은 낙엽이 제 눈에는 예뻐 보여서
잡으려 다가가면 바람에 한 발짝 멀어지곤 하더군요
그 모습이 마치 가을을 보내기 싫어하는 제 마음을 아는 낙엽이
가을을 끌고 계절의 문턱을 넘어가려는 듯 보였답니다
회호리 바람에 빙빙도는 모습이 제게 헛된 희망을 주는 듯도 하여서
오래전 작고한 아버지 생각도 나고요
해서, 글로 한 번 써 보았답니다
시인님도 늘 건강에 유념하세요
그래서 오래동안 시마을에서 마음 따스해지는 글 많이 올려 주시구요
지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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