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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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가/
손바닥 반만 한
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가
눈치도 없이
가을을 끌고 계절의 문턱을 넘어 가네
뒤풀이라도 하려는 것인지
휘몰아치는 가을 찬바람에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이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잿빛 하늘 이고 가는 旅路같기도 한데
고것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가을은
길 잃은 아이처럼
계절의 미로에 갇혀버릴 것도 같은데,
손바닥 반만 한 고것이
까칠한 눈총에도 겁도 없이
가난한 겨울의 문고리를 잡으려 하네
그 모습 마치 오래된 풍경화 같아서
두 눈 부릅뜨고 찬찬히 살펴보면
언제나 곁에 있으리란 희망을 둘둘 말고
가래침 뱉고 계실 아버지가 있을 듯하네
가을 끌고 가는 벌레 먹은 나뭇잎아
너무 오래 머물진 말거라
때 되니 덧없이 떠나시던 아버지처럼
헛된 희망은 몸피만 부푼 어린아이 같으니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그러게요,
눈치없는 헛된 희망은 왜 그렇게 끊임없이
초라한 삶을 부추기는 건지..
시를 읽으니
그 언젠가 썼던, 졸시 <마지막 잎새>도 떠오르고
벌레 먹은 나뭇잎 하나
그래도, 푸른 잎이었던 아슴한 기억은 곱게 간직하고 있으니
그 언젠가는 다시 푸르게 피어나겠지요
비록, 지금은 헛된 희망 같지만... 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늘 건강하세요 - 건필하심은 옵션이 아닌, 기본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인님, 밤새 다녀 가셨군요
지난 주 뿌리공원(일종의 족보를 묘지로 세워 놓은 공원)에 갔는데
벌레먹은 낙엽이 제 눈에는 예뻐 보여서
잡으려 다가가면 바람에 한 발짝 멀어지곤 하더군요
그 모습이 마치 가을을 보내기 싫어하는 제 마음을 아는 낙엽이
가을을 끌고 계절의 문턱을 넘어가려는 듯 보였답니다
회호리 바람에 빙빙도는 모습이 제게 헛된 희망을 주는 듯도 하여서
오래전 작고한 아버지 생각도 나고요
해서, 글로 한 번 써 보았답니다
시인님도 늘 건강에 유념하세요
그래서 오래동안 시마을에서 마음 따스해지는 글 많이 올려 주시구요
지가 부탁드려요^^.
책벌레09님의 댓글

표현의 깊이, 머물다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