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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강아지의 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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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5회 작성일 16-10-24 23:03

본문

땅강아지의 집 앞에서

 

 

밤새 쿨럭이던 그녀의 기침소리가

어느 깊은 골짜기를 찾아 몸을 숨겼다

기침소리는 안으로만 쿨럭일 뿐

그렇게 안으로만 조금씩 무너져 내릴 뿐 세상

어느 곳에도 야윈 두 발을 내 놓지 못했다

 

나는 이런저런 흔적들을 찾아

그녀의 방 앞에서 밤 새 서성이었다

고요히 가라앉은 그녀의 방은

빈들을 혼자 지키는 땅강아지의 집처럼

어둠속으로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밖으로 내어 놓지 못한 말들이 있다는 듯

깊은 어둠 속에서 밤새 쿨럭쿨룩

안으로만 무엇을 삼키고 있었다

 

나는 그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그녀의

집을 한 번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몇 번이나 잡았다 스르르 놓아주는 방문 사이로

쿨럭이는 기침소리가 땅강아지의 집처럼

고요히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저 깊은 골짜기를 돌아 나와

안으로만 견뎌내던 그 녀의 두 발이

내 앞에 가지런하게 놓이는 순간을

그 꿈 같이 아늑하고 황홀한 순간을

한 참이나 그녀의 방문 앞에서 생각하였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27 09:28:40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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