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벤트>암(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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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꽃/
밤이 깊도록 비는 내리는데
창 밖에선 울음소리 수상하다
누가 한밤중에 저리 서럽게 우는 걸까
그저 지나는 바람이 우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빗소리 점점 커지자
창문에 제 머리를 박으며 울부짖는다.
제 색을 다 내준 잎들이 떨어지며 같이 울고
가지들마저 온 몸을 떨며 따라서 울고 있다
그 소리 너무 서러워 창을 굳게 닫으려는데
숭숭 뚫린 가슴속에 설운 울음소리 파고든다.
문득 번개 치는 찰나, 언 뜻 비친 얼굴
빗줄기 사이로 흐릿하게 그려지는
서글픈 얼굴 하나
차갑게 식은 자식의 목을 안고
서럽게 서럽게 울고 있는 어미의 얼굴
이내 울음을 그친 어미가
자식을 업은 채 빗물을 끌고 강으로 간다.
저 얼굴, 내 가슴 속에도 하나 있어
시도 때도 없이 가슴에서 癌꽃처럼 피어난다.
댓글목록
곽진구님의 댓글

옛날에 제가 세들어 살던 집 아들이 대장암에 걸려 죽었는데
그의 늙은 노모가 담도 없던 우리 집 뒤 토란밭 고랑에 퍼져 앉아
족히 반나절은 끊지 않던 질긴 울음이 생각 납니다.
누군가의 가슴이 무덤이 되겠군요.
자식을 낳고 그 자식 키우는 온갖 아픔 설움 절망 다 묻으라고
어미들은 젖무덤을 가지고 살아가나 봅니다.
또 다른 사람을 향하는 님의 시, 잘 읽고 갑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곽진구 시인님의 시만 하겠습니까?
다만, 저도 나름 아픔이 많다보니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는 마음이 있는거 겠죠!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내일도 화이팅 하세요
안희선님의 댓글

요 며칠..
시인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이별의 아픔을 말하는 글을 올리네요
암꽃..
암은 참 잔인한 것이어서, 그 통증은 필설로 형언할 길이 없지요
오죽하면,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할까요
그에 버금가는 아픔을 담은 시란 느낌입니다
이별의 아픔 중에 혈육을 여읜 아픔이 제일 크지요
- 그건 저도 익히 겪어보아 잘 아는 일..
<암꽃>으로 제시한 상징적 주제인 아픔은
우리들 모두의 삶에 관련되는
아픔이기도 해요
살아가며, 아프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을까요
잔잔한 공감으로 머물다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그니까 아프지 마시고)
건필하세요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인님과 저는 시, 공을 초월하여 닮은점이 참 많은 듯 합니다
반면 다른점도 있지만요
가을이 깊어가니 다가 올 겨울준비를 못할 사람들이 생각도 나고
걱정도 되고, 또 추위로 발생할 불행이 예견도 되고
해서 이래 저래 가슴속 아픔들이 발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도 슬프고, 인생도 슬프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겠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도록 노력하세요/고맙습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시인님과 제가 다른 점..
꽃맘님은 엄마가 될 수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하단 거
그래서, 시에서 말씀하신 (가슴에 묻은) 아픔을
저로선 그저 유추만 해 보았단 거
그건 그렇고
꽃아가들과 함께 날마다 행복한 날들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