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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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가 된다는 것은 한편으론 서글픈 일이다
책꽂이 지경까지 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난한 내 방에는 책꽂이가 있다
책꽂이는 책을 꽂는, 곳이다
책을 숨막히게 하는 곳이다
책과 책 사이를 최대한 비좁게 하여 간신히 끼워 넣게 하는 곳이다
책꽂이가 되면 책을 뽑게 된다
읽고 싶은 책을 뽑고 다 읽은 후에는 과녁처럼 꽂는 것인데,
책과 책 사이가 헐렁한 것은 책꽂이가 아닌 것이다
책꽂이는 ' 빼곡히 들어찬 ' 모습이다
겉장이 구겨져 있는 책이 책꽂이에 꽂혔다가 나온 후에는
다림질처럼 펴지는 정도가 될 때 책꽂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책꽂이는 귀한 책이 가난한 시인에게 시집온 것처럼,
책장(冊欌)과는 다른 것이다
어쨌든 책꽂이가 되면,
사각으로 커다랗게 켜진 나무 한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원목처럼 되는 것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9-29 10:47:07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표현의 기법이 돋보입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시인님
건필하십시요
좋은 시, 많이 부탁 드립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저 활연님 시가 이미지로써 빠롤의 파동을 일으킨다면
님의 시는 절제의 미학으로 군더더기 없는 언어의 운용을 통해
구체적 대상으로부터 발화의 촉발점을 가져가는군요.
자연을 선과 면으로만 재현한 것이 차가운 추상이었다면
님의 시는 평면적 공간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 넣어 주는 듯,
잘 감상했습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극찬이군요
기분좋습니다
시의 운용 기술 모릅니다
그냥, 돌파합니다
님의 시, 범접키 어려운 저에겐 그렇습니다
그냥, 좋은 시라 하면 될 것을...
고현로2님의 댓글

믓지다, 짝짝짝! 잘 쓴다, 짝짝짝!
과찬 아닙니다, 과천 옆 수원입니다.
고 씨나 그 씨가 최고라는 그런 이야기.
이장희님의 댓글

사물을 다루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내 책꽂이에는 책도 있지만 잡동사니로 가득합니다.
"책꽂이는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다." 공감이 가네요.
책꽂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고나plm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