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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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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15회 작성일 16-09-26 12:48

본문

황룡사*

 

 

목탁 소리의 순결함을 생각합니다 소음이 있는 적막을 사랑합니다 거기에 귀를 놓고 오기로 합니다 대머리의 남자들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 내 안에도 파문이 일어납니다 눈동자 속에 누런 용이 침몰합니다 이제 이무기로 되돌아 갈 수 있습니다

 

석탑은 열반을 품은 채 말이 없습니다 그 침묵 앞에서는 누구나 부처일 수 있습니다 가부좌가 불편하지 않습니다 불상의 표면에도 속세의 것이 비칠 수 있습니다 불상은 부처가 아니고, 부처 아닌 것에 절을 합니다 이제 부처도 부처 아닌 것에 절할 수 있습니다

 

상상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상상 속의 절을 찾아 나섭니다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냅니다 이제 실타래는 외톨이가 됩니다

 

나무아미타불

목탁도 염불 외는 남자도 석탑도 불상도 부처도 없는 풍경과 마주칩니다

기어가는 지렁이의 운명만 남아 있습니다

 

지렁이……,

지렁이인가요?

 

갑자기 놓고 오기로 한 귀가 간질거립니다

귀에 염주가 돋아납니다

 

 

* 신라에서 건축한 절. 현재는 폐사되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9-29 10:53:2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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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갑자기 놓고 오기로 한 귀가 간질거립니다
귀에 염주가 돋아납니다]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시를 빚어내는 솜씨가 그만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이기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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