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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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잔치는 끝났다
시집간 뒤에도 몰래 만나던 영란이 누나가 죽었다
은밀히 쌓아온 성은 무너졌다
습한 사타구니에 발정 난 짐승이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사랑이 싹을 틔우는 그 곳에
짐승이 살 수는 없는 법
우리의 아름다운 죄는 얼마나 짜릿했던가
그러나 그네는 끊어졌다
애틋한 우리의 사랑은 끝났다
이제 다 잊어야 한다
꿀이 뚝뚝 떨어지던 앵두 빛 입술과
뱀처럼 허리에 감기던 두 손을,
다시는 생각 말아야 한다
쌍태 어린 사슴 같던 두 젖 무덤과
라일락 향기를 뿜어내던 우물을,
추억에 묻어 두어야 한다
터질 듯 팽팽하던 뽀얀 엉덩이와
시간을 멈춰 세우던 장미모텔 404호
침실에 흩어지던 희열의 부스러기들
그 모든 사랑의 기억들을,
이제 모두 잊어야 한다
엊그제, 구월 스무 여드레 날에
영란이 누나가 죽었다
불륜잔치는 끝났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04 18:27:54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영란이 누나는 혹시, 김씨입니까?
9. 28일에 발정난...
아직 그녀는 살아있는데...
대신 내가 죽었는데...
ㅎㅎ, 오독이겠지요?
도둑이 제발 저려서
이만...
윤희승님의 댓글

"뭇"씨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뒈진 사람은 뒈진거고..
남은 사람은 살아야지요
오늘도 환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김시인님
활연님의 댓글

최영미 시인을 상기하다가,
그보다 더 치명적인 시를 만나는군요.
이런 능청이라면 세상이 좀 더 투명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뇌물은 나물이 되어야 하고
검은 손은 흰 손이 되어야 할 것인데,
더러븐 세상이 좀 지워질지. 여하튼
영란이 누나의 획기전인 발상 때문에 죽어나는 자
많겠지만, 어쩌면 연애는 이제부터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의성이 이렇게 유쾌해질 수 있다면
러브호텔은 북적거려도 되겠습니다.
역설적 쾌감을 일으키는 시, 그래서 큰 주먹이다.
윤희승님의 댓글의 댓글

어쩌면 연애는 이제부터다는 생각도 듭니다/
깃털들은 털 좀 빠지겠지만 몸통들은 위험수당 얹혀져서 더 짜릿할 수도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활샘
쇄사님의 댓글

대가 없이 준다고 해서 가끔 이용했던
404호의 망령이
제발 '사기'가 '업'인 곳에까지
미치지 않기를…….
달라는 者가 제일 편하다는
만고진리가 깨지지 않기를…….
(딸아, 너희들은 빠처럼 살지 말그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