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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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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70회 작성일 16-10-07 20:30

본문

터미널에서

-시상식 가는 길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순간들이

오늘은 따스한 온기로 나를 찾아왔다

의미도 없던 그 많은 시간들이

나와 상관 없던 그 많은 공간들이

아이처럼 고개를 삐죽삐죽 내밀며

안녕하고 살가운 인사를 하였다

사방으로 밝은 불이 켜지고

아무 것도 아닌 나를 무대 위로 올리려

터미널 깊은 곳까지 우루루 몰려와

환한 얼굴로 차창을 열며 인사를 하였다

 

세상이 그 인사를 받아 천천히

다음 장()으로 나를 넘겨주었다

그 많은 아픔들을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며

터미널 밖으로 나를 스르르 밀어주었다

새벽빛에 부서지던 창가의 시간들이며

파란 입술로 기억되는 동생의 병원비며

항상 먼저 무너지던 어머니의 얇은 어깨며

이제 다 내려 놓고 어서 훌쩍 건너가라고

세상이 차창 밖에서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하고 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12 20:04:27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잔하군요
터미널은 왠지 구석에는 뒹굴은 낙엽들 있을 것 같고 보면 눈물이 날까봐 숨어서 보고 흔드는 손은 손수건처럼 파리하고 봄보다는 가을냄새가 더 많은 참, 젊은 시절 많이도 가슴 아리게한 곳이었습니다 그려
박시인님, 건필하십시요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은,
괜찮다 다 괜찮다
살아 있다는 건
아직 살만하다는 얘기다
참혹은 어제의 일, 내일은...
... 모른다

때늦은 박수를 내려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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