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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매운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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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9회 작성일 16-10-09 21:25

본문

발 매운 퇴근길

 

이영균

 

 

이제 겨우 친해진 따복* 1번 버스

공단의 하루를 잡아끌며 달려온 발이 맵다

업무들을 개켜놓고 차에 오를 때

담장이 멀어지며 높이 손 흔들 때도

 

감사합니다. 카드에 입 맞추며 인사하는

단말기 그녀를 뒤로 자리에 앉는 내 발 맵다

안마하듯 허리를 감싸주는 의자

휴대전화기도 부르르 몸을 떨며 안마 중

 

주변을 의식하며 철새도래지 갈대숲에 몸 숨기듯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맑게 귀를 씻기며 들려오는 아내 목소리

“올 때 매운 족발 부탁해요.“

 

매운 족발 최가네 가게 한달음에 달려가며 매운맛

얼굴로 새어날까 웃음 애써 가린다

한발 한발 버스를 내리는 매운 저 발들

저녁 햇살 살결만 자르며 골목 안을 메운다

 

저만치서 반기는 현관 안쪽 아내 목소리

“매운맛 맞지.”

 

신발 벗기 급한 내 발, 화끈화끈 맵다

 

 

* 따복 버스; 따뜻하고 복된 버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12 20:11:09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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