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4, 다리 하나만이라도 줘서 고마워요- 허수아비 /秋影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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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4, 다리 하나만이라도 줘서 고마워요- 허수아비 /秋影塔
잘 차려입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냥 입던대로 떠났거나, 아니면 남의 옷
한 벌 빌려 입었겠지, 생각해 주세요
감정은 잠시 바람에 맡기고 지금
우리는 관절통으로 쉬고 있자만, 수묵을 풀어
꾹꾹 눌러 찍어준 어느 화가의 배경이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입수(立睡)인가요?
다 늙어서 도착한 이곳, 그러나 어디론지
다시 떠나야만 할 우리는 허수아비랍니다
지친 새들을 위해 어깨를 빌려주고 돌아설 때
다리 하나로 세상을 주유해 본 사람만 알지요
두 다리 다 딛고 산 세상은 얼마나 황홀했던가?
무논에 수평으로 세운 왜가리의 한 쪽 다리
맨틀에 깊이 심 박은 그 한 다리의 사유가 얼마나
깊었는지
가을 머금은 하늘에 입김을 날리며
이제 떠나야 해요
잠시 풍경이 되어 서있던 우리, 배경이 되어준
구름과 하늘과 가을에 감사합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13 09:41:59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허수아비의 초상이 짠합니다
오래도록 디딘 깊은 사유의 다리 한 쪽
두 다리 인간들은 디디기도 바쁘게
서두르기만 하지요
한 쪽 다리의 글이나마 읽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바야흐로 참새들이 허수아비와
술래잡기를 할 계절입니다.
TV화면에 낯짝 두꺼운 자들은 모두
두 다리로 날아다니는 자들입니다.
한나절씩만 들판에 한 다리로 세워놨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ㅎㅎ
좀 심한가요? 그런 반나절이라도··· 하하
감사합니다. ^^
두무지님의 댓글

다리 하나로 분신인양 지탱하고
넓은 들을 지켜 준 고마움,
가을이 깊어가는 텅빈 들판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를 생각 합니다
모두가 떠나도 갈 수 없는
허수아비와 한나절 지내 보렵니다
좋은 시상에 흠뻑 젖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막걸리 한 병 들고 외로운 허수아비들과
술 한 잔 주고 받으면 참 좋겠네요.
이곳도 논을 메꿔 주택지 만들기 바쁘니
허수아비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추억의 한 장면이 있어서 졸필 한 편
써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달. ^^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역쉬 대단한 발상 이십니다
ㅎㅎㅎㅎ
남의옷 빌려 입고
한쪽 다리로 서있고
혼자 서 있기도 버거울텐데
참새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우와요
작가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허수아비 새 입고 장한 걸 아직 못
봤거든요. 기껏 헌 옷이나 장롱 속에 수십년
쳐박아둔 옷이나 꺼내 입히고,
한 쪽엔 버선, 다른 쪽엔 다 헤진 양말
신은 허수아비도 있었어요.
누구 허수아비에게 밍크코트 입혀주는 사람 없나?
재벌들 집 앞에 허수아비 셋 씩 세워두라고
법으로 정한다면 혹 모르겠지만요. ㅎㅎ
감사합니다. ^^
책벌레09님의 댓글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안녕하십니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풍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
청명하고 맑은 가을 하늘입니다.
즐거운 오후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
은영숙님의 댓글

추영탑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고 반가운 우리 시인님!
그곳은 태풍피해는 없으십니까? 걱정 했습니다
지금은 허수아비도 보기 힘들데요
하필이면 장애를 가진 허수아비라...... 여자 남자
짝짓기처럼 서 있으니 아무리 생명이 없다 해도
안쓰럽네요 불쌍해라 ......
가슴 짠하게 읽고 갑니다
건안 하시고 오늘 오후도 즐거우십시요 가을에 ......
추영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걱정해 주신 덕분에 피해는 없고요.
홍시 두 개가 맨땅에 떨어져 박살난 게
피해라면 피해입니다. ㅎㅎ
남녀 허수아비, 이들의 짝짓기는
아마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희대의
사건이 되겠습니다 마는, 아직은 거리가
있어 보이네요.
아마 둘 다 자존심으로 뭉쳐진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혹 좋은 일이 있으면(짝짓기라도
한다는) 연락드리지요. ㅎ
봉투는 사절하지 않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은영숙 시인님! ^^
고나plm님의 댓글

하나 하나 실 따라 가면 너무나 멋진 시가 나오지요
나도 몰래 허수아비의 가슴 속에 와 닿습니다
특히 마지막연에 혼미해집니다
잘 직조된 멋진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안녕하십니까?
시에는 별로지만 때로는 쓰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말씀대로 가슴 속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는 일일 텐데,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써 놓고보면 어딘지
미숙함이 드러나고 말지요. ㅎㅎ
고맙습니다. 고나plm님, 찾아주셔서
기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