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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엄마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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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28회 작성일 16-10-08 08:18

본문

엄마의 문

 

이영균

 

 

엄마가 바느질하는 그 앞에

아이는 턱 괴고 엎드린다

호롱불이 후르르 바람을 타면

엄마는 빛을 잃지 않으려고

호롱불에 요리조리 손을 가져간다

 

아이의 무료함에 천 조각을 나열해보라고

턱 앞으로 보자기를 밀어 놓는다

엄마의 보자기, 거기엔 엄마의 생 조각들이 모두 들어 있다

조각 하나를 가지런히 펴니 엄마 얼굴이 펴진다

시집오던 날부터 아이를 낳고 키우고 이사를 하고

세상일 다 담겨있는 보자기

 

호롱불이 가물가물 졸고 있다

아이도 꾸벅꾸벅 졸음에 떠밀린다

펼쳐놓은 천 조각에 돌돌 말리면 푸근한 엄마 품

아이가 천을 벗으면 엄마 품도 사라진다

엄마가 가볍게 베개를 베어주자

저절로 아이는 엄마를 끌어안는다

깊은 잠에 빠져 저를 온전한 잠 속으로 끌고 가는 아이

 

엄마는 천 조각을 다시 가지런히 보자기에 싸며

호롱불을 끄고 갈잎인 듯 쓰러진다

내일 아침엔 남편의 술국으로 시작해서

또 뱅뱅 돌다가 밤 호롱불 그림자 잡아끌며

생을 또 기울 생

 

열면 자유로울 문 밖

엄마는 한 발짝도 당신 것이 아닌 것처럼 스스로 또 갇힌다

아이가 자라서 당신을 꺼내 주리라 믿는

아이의 힘만 기다리는

생 몽탕 잠가놓은 아이가 바로

당신이 탈출할 문

 

 

1.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10-13 10:08:1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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