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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탬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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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8회 작성일 16-09-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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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탬버린

 

아랫배 이쪽에서 저쪽으로 막 허물 벗은 뱀 한 마리가 살갗을 스치며 지나가요 혀를 날름거리면서 차가운 S자 곡선을 그리면서 말에요 끔찍하죠 섬뜩한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를걸요

 

사랑 같은 건 세상사를 모르는 철부지들이나 하는 짓, 어차피 환멸이 종착지인 그 궤도에 뭐 하러 오르겠어요 배신감에 토악질이나 하다가 결국 쓰디쓴 후회로 마감되는 그 미친 짓거리를 말에요 물론 저도 줄리엣 시절이 있었죠 내 속에 사는 짐승이 저지른 짓이라 죄 될 건 없지만 되돌아 보면 정말 수치스런 과거였어요 하긴 인간은 속에다 길들여지지 않는 짐승을 기르고 있는 양순해 보이는 짐승이니까 면죄부를 받는다 해도

 

그 따위 손가락 질들이야 떼거지로 하라 하세요 과녁이나 화살이나 꽂혀 박히면 한 통속, 도긴개긴이니까요 손님도 지난날 놓았던 돌들을 한번 복기해 보세요 어떤 자리에선 아직도 구역질이 날만치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를걸요 누구나 그래요 두 발 달린 것들은 암컷이나 수컷이나, 탕자나 성자나 종이 한 장 차이인걸요

 

詩요? 어머나, 시집 한 권 들고 다니는 것도 그럴싸한 개 폼 인데 손수 쓰기까지 하신다고요 그럼 보나마나 똥 폼 잡는 선수겠군요 가여워라 어째 먹고 사는데 아무런 쓸모도 없는 그런 짓을 다 하고 다니실까 집안에 훌륭한 어른이 안 계시나 보네요 계셨다면 집안의 수치스런 뿌리에 날 도끼라도 찍어서 진즉 사람 노릇 좀 하는 사람 만들어 놨을 텐데 말에요

 

소스라치게 놀라실 필요 없어요 나는 파충류가 아니니까요 발정 난 암캐가 나의 캐릭터인 것은 인정해요, 그렇지만 난 꽃이에요 세상이 풍기는 고약한 냄새를 덮어주죠 부드러운 허벅지와 젖가슴으로 고단한 인생들의 외로움과 쓸쓸한 밤을 위로해 주는 것이 꽃의 사명. 돈이면 영혼도 팔아 먹을 년, 이란 칭송을 들을 때면 아 정말 행복해요

 

손님, 한 시간 더 노실래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9-08 20:06:1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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