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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잇는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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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91회 작성일 16-08-31 16:05

본문

숨결 잇는 매

 

이영균

 

 

찾아오기 편하라고 순하디순한 산새 그곳은

창공을 높이 날아 내릴 수리의 둥지인 듯 착지 한 천 년은 움푹 쌓일 명당이다

서풍에 한동안 찌던 폭염 한풀 꺾여 잡풀 베기 좋은 날 새벽

묘소에 올라 낫으로 가지런히 공경을 펴는데

모난 것이 더 소리친다 했던가 허락도 없이 남의 집 점유한 말벌

곁도 줄 채 않고 얼씬 말라 으름장이다

낫 끝으로 달래며 풀을 베는데 제깟 게 뭐라고 느닷없이 벌침을 놓는다

앗! 뜨거워라. 양손 활개 저으며 산 알로 내닫자

벌떼 꿀 따라 나르듯 독침 허공에 산발하며 그악스레 달려든다

 

허우적거리다 정신이 하늘에 돈만 하게 달릴 때야

말벌 겨우 성깔 수그러져 돌아가고 응급실에 실려 가니

원망이 울퉁불퉁 묘소의 푸른 들풀들 누렇게 닦달한다

 

얼핏 병원 천장에 걱정스런 어른의 표정이 어리고 헝클어진 정신 결 추스르니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기에 몸에 날을 세워 풀밭에 드니

몸은 아파도 마음은 가벼워 둥지에 날아 앉은 천 년의 수리 같다

 

거친 풀 동산이 잔잔한 산기슭 금잔디로 날아올라 눈부시어

벌침도 약 되라 내리신 상만 같아 고개 들어 먼 곳을 보는데 가슴이 뭉클

벌 받은 양팔에 조상님의 집 쓸어안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9-05 11:04:5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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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벌초(伐草)가 벌초(罰), 회초리인 날입니다.
감사합니다. 안세빈 시인님.
이제 가을이네요.
좋은 계절에 좋은 글 많이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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