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수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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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안녕의 손바닥은 사래질 친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손바닥은
선을 잡고,
등을 돌린 순간들을 섞으며
등을 돌린 순간들을 쌓아 올린다
사래질 치던 안녕의 손바닥은
윈도 브러쉬처럼 안녕이 흘린 눈물을 닦고
끝나버린 판을 뒤섞는 손바닥은
아무도 모르게 새 패를 쥔다
그래서 안녕은 슬프고 반갑다
그래서 안녕은
헤어질 때도 만날 때도 안녕이다
떠나는 안녕은 자신을 향하고
떠나 보내는 안녕 또한 자신을 향한다
안녕! 이 머저리야!
떠나는 안녕도
떠나 보내는 안녕도 몸서리를 치는데
만나는 안녕은 기립이다
네가 최고야, 엄지도
바로 너! 하며 검지도
떠나간 방향으로 버큐를 날리며 중지도
약속의 반지를 기다리는 약지도
이제 네게 건다! 새끼 손가락도
안녕! 안녕을 선고 받은 손바닥은
주먹이 되어 가슴을 두드리고
안녕을 선고한 손바닥은 가슴을 쓸어 내린다
주먹으로 노크한 가슴이 더 세게 닫히고
전자키처럼 손바닥으로 쓸어내린 가슴이 열린다
안녕! 안녕의 손바닥은
거울처럼 창백한 면으로 서로를 반사하고
안녕! 안녕의 또다른 손바닥은 자석처럼
닫힌 냉장고 문에도 달라 붙는다
안녕! 안녕의 손바닥은 장풍을 발사하며
서로를 밀어내고,
안녕의 손바닥은 어두운 호주머니로 돌아와
한참을 웅크리다
더듬더듬 담배를 꺼내고
그가 남기고 간 손가락처럼 애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불을 지피고 남은 애를 태운다
안녕! 안녕과 안녕 사이에
안녕치 못해 흔들리는 손바닥과
안녕하며 고요해지는 손바닥이 있다
발로 안녕을 고하면
버려지는 안녕은 트위스트를 추고
떠나는 안녕은 담배를 비벼 꺼겠지
발로 안녕을 말하면
회자정리,
안녕이 될 모든 안녕을 향해 하이킥!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7-20 10:58:54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쇄사님의 댓글

누구나 시절이 있지요
하루카오리 님은
지금이 절묘를 캐는 묘절인가 봅니다
“더듬더듬 담배를 꺼내고
그가 남기고 간 손가락처럼 애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불을 지피고 남은 애를 태운다“
말맛이 좋아 베껴쓰고 물러납니다.
筆寫는 必死지만...
...나는 왜 이런 툭, 툭, 잽을 맞으면 바닥이 그리운 걸까
하루카오리님의 댓글

저기 한 자가? ㅎㅎ맨끝에 필사는 알겠구만..쇄사 도사님! 주먹질도 많이 않하셔도
몇 방이면 아작내시던 도사님! 필사 앞에 뭣이라고 쓰셨는지요?
나는 왜 이런 툭,툭 잽을 맞으면 바닥이 그리운 걸까. 도사님은 리플도 시 같슴당요...
와우! 비옵니다. 다들....촉촉한 하루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