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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날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맥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10회 작성일 16-07-23 10:25

본문

육식의 날들

 

 

붉은 육질들을 중심으로 우리는

모여든다 테이블마다 하얀 접시 위에서

빛나는 자태 지글지글 타오르는

순간, 한 잔의 축배와 함께

목청은 신나게 춤을 추고

술술 대화는 풀어진다

붉은 살점들을 뜯으며

언어는 쫄깃해지고 풍성해진다

노릇노릇하게 말들이 익어가는

시간은 얼마나 향기로운가,

눈빛들은 살가워지고 애틋해지고,

뻣뻣한 손들은 공손해진다

경계와 불신의 어깨들은 각진 형식을 풀고

허물없는 웃음이 된다

번들거리는 입술과 발그레한 얼굴 불룩해진 포만감

세상은 한층 둥글어간다

붉은 고기 한 점의 위력이여,

얼마나 오랜 저녁이 그들을 중심으로

혈육들을, 친구와 동료와 손님들을 불러모았던가

고요하고 엄숙했던 시간은

왁자하고 경쾌한 생동으로 후끈거린다

날마다,

낄낄대는 웃음들이 쫄깃한 저녁을 구워대는 동안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주방의

붉은 살덩어리들

뒤틀린 비명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7-26 12:02:03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일빼기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일빼기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뭐라할까요
시의 근육에 힘줄이 보인다고 할까
이미지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합니다


음영이 있는시

감상 잘하고 갑니다 ^^*

맥노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맥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용기를 얻습니다

시인 님의 시는 훨씬  유장하고 깊고 강렬하군요
좋은 시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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