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누각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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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누각 한 채
나 하늘로 올라야겠다
두 발 달린 것들이 짖어대는 우리를 떠나
백 년도 두 발을 거두지 못하는 이 땅을 떠나
용 꼬랑지를 잡든지 회오리 바람에 투신하든지
기어코 청천 하늘로 올라야겠다
생존교 절박신도 신분이야 파계하면 그만
벽에 똥 칠할 때까지 요망한 헛 꿈이나 꾸어 쌓느니
싸가지 없는 세상에 예의 갖추느라 이리 비지땀 흘려 쌓느니
야곱의 사다리에 거꾸로 매달려서라도
높디 높은 저 무변 공중 어디에 정박해야겠다
승천의 자취는 바람이 씻어가리니 땅의 것들아 잘 있거라
안녕, 절망의 목구멍에 시큼한 희망을 떠 먹이던 야윈 손이여
방정한 모양으로 돋아난 탐욕의 촉수들이여 안녕
안녕, 신 새벽까지 불면을 강요하던 슬픔이여
깬 듯 잠든 듯 어중간했던 일상이여 가여운 너도 안녕
나 거기서 구름 깔고 앉아 썅, 저 밑을 얕잡아보겠다
신선 턱수염이나 잡아당기며 놀다가
선녀 치마폭이나 뒤집으며 시시덕거리다가
그도 재미없으면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야겠다
실없는 잠꼬대나 밑으로 실컷 뱉어내야겠다
번뇌의 그림자조차 얼씬 못하는 그곳에서
대자로 뻗어 누워 한 갑자 반의 열심을 조롱해야겠다
누가 아나 못난이 선녀랑 배라도 맞으면 천년 사는 사생아라도 낳을지
그러니 귀에 천둥 닿거든 내 코고는 소린 줄 알고
빗소리 지붕 두드리거든 내 오줌보가 터진 줄 여기시라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야매로 시 근처 얼쩡거리는 내 눈으로 봤을 때
제목은 별로, 그러니까 능청 수혈이 필요한가 싶은.
그러나 시 그 자체는
태고로 이즉까지 전무후무 통쾌 버전.
선수들이 눈깔 내리고 가만히 절하고 갈 시.
시적 함량으로 치자면 신춘 뺨 석대,
문예지 곤장 스무대.
기타는 눈알 도려낼 지경.
하여 야매로 보자면 한국 현대시의 한 지평!
기성 위의 기성의 시,
고즈넉히 합장, 반배 세번.
시꾼♪님의 댓글

반가운 이름들이 ᆢᆢ
잘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절창이다 아뢰오
윗 집 두 분 여름 빙수처럼 시원하게 보내십시오
윤희승님의 댓글

말씀 보시를 이리 후하게들 베풀어 주시니 필히 무병장수에 복 마니마니 받으시겠습니다
날이 느자구없이 무자게 덥습니다 건강들하십시요
시말 큰 별 김시인님, 문시인님, 감사합니다
용담호님의 댓글

구름 누각 한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하늘로 오르고 싶은 마음 누구든지 다 있지요
그러나 마음 뿐인 허구에 불과 하지요
구름 누각에 있으면 참 시원하겠지요
무더위도 물러가고 그저 시원한 구름 누각에 머물면
마음도 신선하지요
<누가 아나 못난이 선녀랑 배만 맞으면 천년 사는 사생아로 낳을지.
그러니 귀에 천둥 닿거든 내 코고는 소리인줄 알고/빗소리 지붕
두드리 거든 내 오줌보가 터진줄로 알고 여기시라./>
윤희승 시인님 시 한 구절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