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 클라우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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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림자가 햇빛의 재라는 생각이 들때
나는 호주머니 속에서 클라우드 9을 꺼내고
햇빛에 태운 구름의 재를 툭툭 털어냅니다.
변명으로 자욱해진 폐에서 빨아올린 의문이, 답! 답! 하며 흩어지고
꺼져버려! 하며 담배끝을 뭉개고 습관적으로 침도 뱉습니다.
햇빛이 눈부셔서 늘 그림자로 세상을 읽어
나는 햇빛만 보면 오만상을 다 찌푸립니다.
햇빛이 재가 될 때까지 햇빛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햇빛이 바닥에 내 눈빛을 태운 그림자를 내동댕이 치고서야
차근차근 나는 햇빛의 심중을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내가 다시 클라우드 9 한 개피를 입에 물고
한 모금씩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햇빛의 얼굴을 수정하고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햇빛의 목소리를 목구멍에서 뿜어내고
한 모금씩
구름으로 가리고서야 햇빛을 향해 실눈을 뜨봅니다.
이제 내 사랑은 비우기도 귀찮은 재떨이,
수신인 이름만 달라진 편지들이 가득한 메일함,
아홉번째 계단을 오르느라 그을음 투성이가 된 구름,
지겨운 사랑타령을 비벼 끄며 또 침을 뱉습니다.
타다 만 햇빛 끝으로 그린 목탄화를 지웁니다.
식빵처럼 푹신한 망각으로
담배 한 모금처럼 자욱한 무심으로
나중엔 지우기도 귀찮아 그냥 구겨서 버립니다.
이젠 몇 개피나 남았는지
꺼져버려! 나는 침을 뱉기 위해 구름에 불을 붙입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7-18 12:38:02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역시~~ 힘이 있군요.
가슴박치기 한번 하고 싶은 필력
감사합니다.// 좌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