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원을 나서다 > 우수창작시

장미원을 나서다

이영균

언제부터 거기 서서 웃고 있었을까

햇살이 퍼지기도 전 장미원 이슬 밭 흑장미

세면 막 마친 딸아이 민얼굴인 양

저 겹겹이 혼기 꽉 차 화사하게 피어나는

스스로 자전한 지 이미 오래여서

우릴 멀어져도 공전에 아무런 구해가 없으련만

내 담장 안에서 한껏 치장하기에만 바쁘던

여태 철없어 보이는 내 딸 같다

얼굴을 비벼대는 장미에 곁을 주며

아내가 자세를 취한다

노심초사 혼사 일로 자옥했던 황사

혼사 날 그 날처럼 화사하게

한 컷 촬영에 사라지는 순간이다

어둠이 깔려오는 다 저녁녘엔

왜 향기 그리 지독한지

헤어지기 서운해하던 딸아이인 듯

흑장미 꽃잎 다 질 것만 같아

돌아오는 발길 내 속도 노을에 주저앉는다

오래도록 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노을져 고랑 검어진 장미원 게 서서 또

밤이슬에 시릴 꽃들

* 장미의 계절 유월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