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0> 메밀 국숫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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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국숫집에서 /
깨끔하게 말아진 사리 뭉텅이가
묵정밭 메밀 베던 외할머니 쪽 찐 머리 같아
육수에 텀벙거려도 목이 메는 메밀 막국수
동양은 서양에 번번이 밀려서
젓가락질 서툰 아내는 저 먼데
부츠처럼 생긴 나라의 국수를 더 좋아한다
메밀국수 먹고 바다 구경하자는 꼬드김에
잘 차려입고 나서는 동양의 아내
국숫집에 들어서니
묵밭에 드문드문 핀 메밀 같은 사람들이
허기진 눈빛으로 우리 사이를 바라본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서로 관심이 없자
부부이겠지 멋대로 보는 눈치라
음험한 중년을 이끌어가는 내가 이런 곳에
아내랑 올 수야 없지
애인이라도 데려온 듯
흘러내린 그녀의 귀밑머리를 넘겨주고
예쁜 척 멀거니 바라보는 정신 나간 짓을 하자
숱하게 까만 메밀 눈들이 게슴츠레해진다
더 젊은 여자와 살 걸
아쉬운 젓가락으로 메밀밭을 휘휘 젓다가 그만
아내가 남긴 국수를 마저 먹어치우자
애인이겠지 마음 고쳐먹은 사람들이
저런 돼지랑 어찌 사귀나 시샘하는 눈치다
댓글목록
Sunny님의 댓글

제 3막 입니까 그런데 2막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입니다만 ~~
아닌가요 ~~ 이미지 시라 잠시 쓰는 이름인가요 ~
자투리 시간에 잠깐 머물다 갑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안녕하세요, 불온한 세상에서 의리를 외쳐본 지가 언제인지요.
어찌어찌하다가 '달포구'라는 시집이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오늘은 뜨거운 날이라 개님 산책도 못 가고
창고 그늘에서 졸고 있어요. 이젠 늙어서 곧 겨울이 올거라는
조바심에 덥다고 투덜대지도 못 하겠네요.
뜨거운 볕 슬기롭게 즐기시길....으, 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