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3] 은방울꽃이된 세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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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이 된 세경이 ]
수십 년이 지난 후
오월이 가기 전 母校高敎를 찾았다.
운동장 가장자리 벽돌담 밑 화단
그 화단을 따라서 걷고 있노라니
풀 섶에서 가늘게 가녀리게
흘러나오는 하얀 종소리
발목을 잡는
하얀 종소리의 괘적을 찾다 마주친
살며시 고개 숙인 채
미풍에도
꽃망울을 연신 흔드는 은방울꽃,
기다렸다는 듯 그 꽃 속에서
살포시 일어서며 웃고 있는 소녀
아!, 세경이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고
여전히 母校에 살고 있었던 세경이
이제는 행복하냐는 나의 질문에
세경이는 말없이 하얗게 웃고 있다.
함께 운동장을 뛰놀던 시절
어느 해 오월 주말에
집에 다녀오겠다며
광주로 갔던 세경이는 오지 않고
세경이의 하얀 교복 상의만이
가슴은 군홧발에 짓밟히고
카라에 단정하게 꽂힌
은방울꽃이 새겨진 뺏지는
붉게 물든 채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런 세경이는
매년 오월이 오면
맑고 하얀 은방울꽃 대궁을 올리고
썩어가는 구리고 비린 이 세상에서
맑디 맑은 꽃망울로 향기를 품어내
세상 욕심도 거짓도 모두 씻어내며
거짓 없을 우리, 욕심 없을 우리를
다시 만날 날 기다리고 있었던거다.
그렇게 세경이는 우리에게 돌아왔다.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작노트] 제 고등학교 교화가 은방울꽃이었고 학교 뺏지도 은방울꽃 세송이가 세겨진 것이었지요, 저희 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았는데, 친구 세경이가 주말 엄마보러 광주에 갔다가 원인도 모른 채 광주사태(5.18)때 군인들에 의하여 죽었습니다. 지난 번 모교를 찾았다가 은방울꽃이 핀 것을 보고 세경이가 생각이 나서 쓴 글입니다.세경이는 은방울꽃이 되어 다시 우리 곁으로 온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동하님의 댓글

5월, 군홧발, 광주라는 키워드를 보고 5.18구나
생각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항상 시인님의 마음같이 은방울꽃처럼 웃고 있을겁니다.
잘 읽고 갑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동하 시인님, 들러주시고 좋은 말씀 놓고 가셔서 고맙습니다..눈치 채셨군요!, 사실 은방울꽃은 제가 집에서 직접 기르고
올해 5월에 대공을 올리고 꽃을 피웠습니다. 꽃말은 : 행복하라는 것이랍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저는 그때.. 은행원 생활을 했었는데
갑자기 현금 인출이 급증, 아니 폭증해서
이게 뭔 일인가? 했었죠
생각하면, 참 어둡고 암담했던 시절입니다
아, 누가 보고 있었을까요 (역사는 눈 부릅뜨고 보았겠지요)
어둠에 익는 , 총부리 앞에
속절없이 쓰러져간 영령들의 아픔을..
한 맺힌 살 갈라터지며, 피 쏟으며,
어제의 이별 같은 한 송이 은방울꽃이 되어
바람 부는 하늘로 올라간 친구..
그 친구를 기리는 話者의 슬픔에 엉긴,
그리움의 시간을 낚는 소리가
시를 읽는 사람의 가슴에
고요히 젖어드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인님 오늘 건강은 양호 하신가요? 네, 그럭저럭 견딜만 하시다구요? 친구 세경이를 생각하면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야 하는데 사람인지라 게으른 날들이 더 많았던것 같아요,,건강한 모습으로 내일 또 뵙겠습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은방울 꽃 꽃말대로 은방울 꽃으로 부활한 주인공이 행복하길 빌어봅니다.
좋은 날 되세요.^^
핑크샤워님의 댓글

감사합니다..시인님도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