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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 춘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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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1회 작성일 16-05-03 09:09

본문

나 어릴 적 더벅머리 머슴 춘삼이



춘삼이의 연모는,

봄볕 살구꽃과 같아서

저 넓은 서해를 덮고도 남았는데



그 속 모르는 우리 막내고모는

세상이 손사래 치는

해선 안 될 사랑을 하더니만,

급기야 문고리 꼭 걸어 잠근 채

곡기를 끊고 단식투쟁 시작하자

저러다가 새끼 죽이겠다 싶었는지

겁 난 우리 할매는 할아버지 모르게

주름진 손가락 말아 감은 가락지 빼고

흰 쪽머리에 항상 꽂던 은비녀를 뽑아

고모 손에 쥐여 주고 야간도주 시켰다



그날 이후

온 동네에는 코쟁이 양키가

고모를 보쌈 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몇 번의 겨울이 지나가고

몇 번의 봄은 왔건만

봄 날

꽃잎 되어 날아간 고모는 오지 않았고

서해(西海)를 따라서 촘촘히 박혀있는

웬 마을에서 봤다는 소문 들릴 때마다

마음이 여린 춘삼이가 울면

저 넓은 서해가 따라서 울고

올망졸망 식솔들도 죄다 따라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부터

절뚝거리던 용두머리 지팡이가

할매와 함께 울음 울 때면

하루 종일 서해만 바라보며

눈물 그렁대던 더벅머리 춘삼이는,

해송을 삼킨 어둠 속에 납작 엎드려

감히 마음껏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더벅머리 춘삼이의 마음여린 서해는,



서글픈 할매 눈물 삼키기 시작했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5-06 10:10:04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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