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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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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4회 작성일 16-05-06 00:34

본문

오월의 환난 / 유윤호

 

 

가끔은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

이른 새벽에 부대끼며 떠나는 카라반에 갇혀 떠나고 싶다

과거에서 벗어나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가다 싫증이 나면 일탈도 하고 싶다

 

한줄기 미지의 바람이 불어

옥상에 심은 발원지에서 연분을 찾아 송화(松花)가 터진다

털갈이하는 가로수도 연두색 잎이 듬성듬성 피어나

순한 양들처럼 드넓은 초지를 향해 떠날 채비를 마쳤다

 

비가 내린다

열정이 마른 대지를 적셔 주는 비가 되고 싶었다

바람이 시키는 대로 순종하고

권태를 느끼면 풍파를 찾아 제멋대로 퍼붓고

정온(靜穩)에 빠지면 병실에서 며칠씩이라도 머물러 바람이 불 때

카라반에 다시 합류하는 비가 되었다

 

바람이 분다

녹색 털이 휘몰아치도록 낙타 등 같은 뽕나무 숲에 바람이 분다

연분 맺지 못한 송화 낙진은 빗물 고인 웅덩이에 일렁이고

검은 구름이 몰려와 갈 길이 깜깜할지라도

이젠 바람이 되어 두렵지 않다

 

바람은 첩첩이 두른 고층첨봉 너머로 넘쳐흘러

구름은 어딘가로 흩어져 사라진 빈 하늘에

포근히 설산(雪山)이 피어난다

순응하는 바람처럼 그만 싫증이 동하여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

 

비바람이 되어 떠나온 길로 되돌아가는 길에

초록 담장에 숨어 반기듯

파르르 떠는 빨간 장미꽃 한 송이가 쏘옥 얼굴을 내민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5-10 13:46:4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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