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 한 마리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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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한 마리 김밥
이영균
꽁치 가슴이 얼렸다
목 밑에서 꼬리까지 가시로 날을 세운
힘찬 대칭형 척추가 해체되자
해설자가 씹지 못할 시사는 회칼로 구석구석
경계를 허물며 발려진다
한 마당처럼 펼쳐진 한 장 김 위에
하얀 이밥을 장문의 문장이려니 펼쳐 놓고
뼈 추려진 꽁치를 누인다
절제된 전설의 손이 꽁치의 옆구리를 곧은 말로 말자
흰 문장에 말려 내뱉듯 한쪽 끝에 주둥이로 키를 맞추고
꼬리지느러미를 약간 흔들어 답이라 쓴다
이로써 한 장의 사연이 두루마리로 작성되었다
내용을 자르는 것도 맛 손의 몫이어서
머리 쪽부터 차례로 동그라미를 쳐 나간다
맛의 합인즉 꽁치, 밥, 김의
절묘한 삼합이다
눕혀보면 중앙은 찬, 중간은 밥, 가장자리는 김 말림
먹어 보면 꽁치가 입속에서 회를 친다.
상부는 사회지도층 맛으로
중간은 기름진 기업 총수의 맛으로
꽁지 쪽은 담백한 서민의 뚝심
부위마다 서로 다른 바다의 맛이다
어느새 부위, 부위, 식단 다 사라지고
활어회에 눈길이 가는데
마지막 남겨진 김밥 속 꽁치 머리가
바닥의 제왕처럼 미각(味覺)에
도끼눈을 뜬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5-16 11:31:15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테오반고흐님의 댓글

멋진 글이네요 여러 가지 함축적 의미를 숨겨 두셨네요 저도 이런 글 쓰고 싶어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
요즘 테오반고흐님의 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많이 쓰십시오.
테오반고흐님의 댓글의 댓글

아..부끄러워용~~ 많이 가르쳐 주세요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별 말씀을요. 저도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저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이포님의 댓글

어느새 부위, 부위, 식단 다 사라지고
활어회에 눈길이 가는데
마지막 남겨진 한 토막 꽁치 머리가
바닥의 제왕인 양 미각(味覺)에
도끼눈을 뜬다
마치 무너져가는 어느 집단의 총수인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