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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한 마리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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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932회 작성일 16-05-12 11:23

본문

꽁치 한 마리 김밥

 

이영균

 

 

꽁치 가슴이 얼렸다

목 밑에서 꼬리까지 가시로 날을 세운

힘찬 대칭형 척추가 해체되자

해설자가 씹지 못할 시사는 회칼로 구석구석

경계를 허물며 발려진다

 

한 마당처럼 펼쳐진 한 장 김 위에

하얀 이밥을 장문의 문장이려니 펼쳐 놓고

뼈 추려진 꽁치를 누인다

절제된 전설의 손이 꽁치의 옆구리를 곧은 말로 말자

흰 문장에 말려 내뱉듯 한쪽 끝에 주둥이로 키를 맞추고

꼬리지느러미를 약간 흔들어 답이라 쓴다

  

이로써 한 장의 사연이 두루마리로 작성되었다

내용을 자르는 것도 맛 손의 몫이어서

머리 쪽부터 차례로 동그라미를 쳐 나간다

맛의 합인즉 꽁치, 밥, 김의

절묘한 삼합이다

 

눕혀보면 중앙은 찬, 중간은 밥, 가장자리는 김 말림

먹어 보면 꽁치가 입속에서 회를 친다.

상부는 사회지도층 맛으로

중간은 기름진 기업 총수의 맛으로

꽁지 쪽은 담백한 서민의 뚝심

부위마다 서로 다른 바다의 맛이다

 

어느새 부위, 부위, 식단 다 사라지고

활어회에 눈길이 가는데

마지막 남겨진 김밥 속 꽁치 머리가

바닥의 제왕처럼 미각(味覺)에

도끼눈을 뜬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5-16 11:31:15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테오반고흐님의 댓글

profile_image 테오반고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멋진 글이네요 여러 가지 함축적 의미를 숨겨 두셨네요 저도 이런 글 쓰고 싶어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이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새 부위, 부위, 식단 다 사라지고
활어회에 눈길이 가는데
마지막 남겨진 한 토막 꽁치 머리가
바닥의 제왕인 양 미각(味覺)에
도끼눈을 뜬다

마치 무너져가는 어느 집단의 총수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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