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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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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8회 작성일 22-04-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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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며



곡우 즈음,
화선지에는 시큼하고 설익은 연초록으로 덧칠한 참새의 혓바닥이 새초롬하게 재잘거리고 있었다.
 

하늘을 발라 놓은 푸른 액자 속 높게 펼쳐진 방죽 아래로 지옥을 다녀온 어느 시인의 겨울을 싸맨 외투 같은 검게 그을린 여인의 치맛자락이 깃발처럼 펄럭거리고 있었다.


솜솜거리는 한낮의 빛살들이 움푹 팬 그 해 여름의 사막으로 불시착했다.


바싹 그을린 마른 모래알들이 붉은 혓바닥으로 아궁이에 달라붙었다.
구조대를 기다리며 우려낸 사막의 숱한 날들이 무쇠솥 바닥에 누룽지처럼 눌어붙었다.
불그스레한 치맛단이 장작불 더미 속에서 벌겋게 나비고 있었다.
 

비벼댄 손바닥에서 수증기처럼 새순이 돋아난다.

시큼하고 설익은 연초록 같은 참새의 혓바닥이 잉걸처럼 타오르던 침묵 속에서 재재바르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4-21 07:59:5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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