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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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공원 물웅덩이가 불그레하다.
단풍잎 몇 장 사이 잠자리.
아침 서리에 날개 젖고
맵찬 바람에 날개 얼어
장대 끝에 시름 깊던 잠자리다.
알 낳던 자리가
자신의 무덤 자리인 것을 아는지
물에 대었다 뜨기를 몇 차례
점점 무거워지는 날개로
하늘공중에 제 이름자를 수결하고
날개를 편 채로
날개를 잊고 물에 든 것이다.
공중화장실 입구에 줄이 처졌다.
어느 노숙인의 잠자리.
제 이름자 한 줄 남기지 못한
가진 것도 날리고, 없는 것도 곤두치는
쓸쓸한 이력인 양
신문지 낱장이 분분하다.
축축한 몸 하나 덮지 못한 것이
단풍잎 따라 물웅덩이로 가
날개를 적셔 우는 것이다.
댓글목록
현탁님의 댓글

노숙인의 잠자리 날개가 이슬에 젓은 신문지 였다,
맞습니다 그 노숙인도 언젠가 이슬을 털고 날 겁니다
가볍게 그렇게 ,,,,,,,,,,,
톰소여님의 댓글의 댓글

예,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김태운.님의 댓글

금줄 쳐진 노숙의 쓸쓸한 이력서 앞에 부끄러운 이름자 잠사 머물다 갑니다. 단풍잎처럼 사라질 우리네 운명 앞에서...
감사합니다
톰소여님의 댓글

예, 이번 주도 비 소식이 있네요. 즐거운 한 주 되십시오.
심월님의 댓글

중첩어을 쓰는 솜씨가 능숙하네요.
하늘을 나는 잠자리에 비유한 노숙인의 잠자리가 오버랩되는
이런 시가 마음에 든다는 것,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야 시를 쓴게 아니고 넋두리를 했다고 깨달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