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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4번]스쳐간 바람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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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청색먼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19회 작성일 16-04-06 16:18

본문

스쳐간 바람개비

                                              이 철 웅(25)

 

그해 가을 바람은 동생의 바람개비를 부러뜨렸다

전과 4범의 젊은 남자가 여럿 바람개비를 부러뜨렸다

친구에게 맡은 학원비는 왜 동생의 주머니에 있었나

구치소에서 맡은 그 남자의 악취는 왜 지워지지 않는가

 

내 동생은 진영의 유명한 바람개비다

바람이 불면 담배를 물었다

집으로 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에도

매일 가는 교무실의출근 도장에도

바람이 불면 종이 바람개비를 들고

수수깡이 꺽이는 지도 모르게 달렸다

 

그리고 그날 가을 바람이 선선히 불어와

동생 두 볼기짝을 사정없이 치던 날

동생의 바람개비가 두 동강이 났다

바람개비는 영영 바람을 못 타게 풀어졌고

동생은 지구대에 증언을 위해 출두했다

 

그 남자의 죄목은 납치 갈취 그리고 바람개비 파손 죄

동생의 왁스같이 날선 머리와 눈초리는 바람이 멎어들었다

학기말 교무실에선 동생의 생기부에 처음으로 꽃이 폈다

 

형 이제 벌써 봄이야 가을은 지독해 겨울은 말할 수도 없고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14 12:20:55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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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경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멋진 시 감상 잘 했습니다. 본명 옆엔 나이인가요? 나이라면 참 부럽군요.
시인이 되려면 스물아홉이 되기전에 좌우당간에 쇼부를 쳐야한다고 봅니다.
세상은 온통 사랑할 것들 뿐이고, 혈기는 날아가는 헬기도 추락시킬 정도 아닙니까.
쉰내 나는 쉰 정도 되니까 시 안에 뭔가를 자꾸 집어넣으려고 해서 글이 꾸리해져버리네요.
배고파도 좋고, 슬퍼도 좋고, 아파도 좋은 어마무시하게 잔인한 나이....
고운 사유로 풍요로운 영혼을 소유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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