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食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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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食口)
벌건 석쇠 위에 고기를 몇 점 올려 놓고
빈 집게로 주섬주섬 시간들을 모으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를 만지는 아내의 손거울 속으로
까르르 웃으며 두 아이가 지나갔다
아이들이 사는 그곳은
모난 것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의 소소함이 전부(全部)인 공간
그냥 그저 그런 공간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범할 수 없다 그곳은
내가 손마디를 꺾으며
툭툭 벌건 숯불을 두드리며
끝끝내 지켜내야 할 공간이다
저 아이들도 오르지 못할 나무를 만나고
지키지 못할 약속에 눈물을 흘릴 것이다
반쯤 감긴 눈으로 차가운 어둠이 들어서면
어둠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가 밤새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는
반쯤 감긴 눈 속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고봉으로 소복하게 담아 놓을 것이다
사는 게 모서리가 둥근 밥상에
한 식구(食口)로 들러 앉아
모시조개 같은 작은 입으로
저녁을 먹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저 아이들도 어느날 문득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01 13:03:36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김영선님의 댓글

그래, 그게 전부라는 것을... 그게 결국 전부라는 것을...
아이들도 알게 되겠지, 곧... 참 인생 별것도 아닌것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았어...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별 거 아닌 거에 목숨 걸고 삽니다~
카프카007님의 댓글

잔잔한 감동이 밀려듭니다
사는게 ~ 전부라는 것 !!!
평범한 것 같지만 진솔하고 담담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약간 진부한 표현과 만연체의 산문체가
전반적으로 시의 깊이를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좋은 밤 되소서^^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좀 손이 더 가긴 해야 될 듯 합니다~
재주가 그것 뿐이라
쉬이 바뀔지 걱정 입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식구는 이런 풍경이다라고 이 시가 정의를 내려주는군요
식구의 재발견이라고 하죠
시마을에서 같이 글쓰는 우리도 다 식구라는 생각 ^^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어른들 왜 그렇게 뭘 먹고 있는 걸 물끄러미 보고 있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