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바람에 날리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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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바람에 날리던 날에 / 심월
수련은 수런거리기라도 한다지만
목련은 그야말로 목이 메이는 연이지
진흙탕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나지만
우윳빛 슬픔으로 가득한 너 목련은
옥항상제의 딸로도 비켜갈 수 없어
통째로 순절하는 모습으로만 기억되는가
촛불로 그을린 것처럼 멍들어
송이째 바닥으로 나뒹글어 더 슬픈 너
봄바람에 후두둑 비오듯 떨어지던 너
세상에 한 두 잎이 떨어지는 게 아니고
저렇게 새들이 날 듯 후두득 후두득
슬픔이 덩어리째 휘날려 떨어지다니
꺼이꺼이 울음을 삼키다가
한꺼번에 피 토하듯 저리 떨어지다니
오늘 낙화암에 삼천궁녀 몸을 날리듯
미련없이 후두둑 후두득 떨어지는 걸 보았네
내 사월의 슬픔은 이것으로 마감이라네
사월은 엘리엇에게만 잔인한 게 아니었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05 11:36:50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한드기님의 댓글

오늘 일기예보에 여긴 벌써 체감이
42도입니다.
전에 파주에 살 때 아파트 화단 백목련이
출근 때만 해도 활짝했는데
퇴근 때 보면 꽃잎 다저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시사철 뚜렷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래서 감성이
풍부하지 않나 싶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심월님의 댓글

목련이 피는 걸 보면 왠지 슬퍼집니다.
하온데 지는 모습은 더 슬픕니다.
여여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