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따는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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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 따는 원숭이/
우듬지에 솔방울 수류탄을 두르고
완강히 버티는 잣나무
약이 올라 밑동을 걷어차던 이들은
잣 따는 원숭일 올려 보냈단다
그가 목숨처럼 흔들리는 가지를 옮겨 다니며
기름기로 자신감이 둥둥 뜨는 땅에
잣 같은 수류탄을 내던질 줄 알았겠지
밑에선 낄낄대며 뇌관 없는 수류탄을 주워서
잣 까는 기계를 돌릴 궁리로 웃었지만
모처럼 공기 좋은 곳에 온 그는
높다란 가지에 등을 구부리고 걸터앉더니
털만 고르더란다 몸에 붙은 송진을 때느냐고
올망졸망한 잣 같은 세상을 내려다보고
하늘로 화살촉 겨눈 전나무 숲도 둘러보며
왕 잣을 까먹고는 고소해하더란다
야, 야 빨리 내려와 소리치는 지상으로
갈색 투구 같은 보늬를
퉤퉤 뱉었을 생각을 하니
그는 아마도 먼 옛날, 배고파도 풍류를 알던
우리들의 가난한 선비 아니었을까
잣 같은 인생아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우리 모두 잣 따는 원숭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은 바빠지니까 숨통이 좀 트이네요.
하마터면 잣 같이 작은 살림살이 말아먹을 뻔 했습니다.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Sunny님의 댓글

오랜만입니다.
저도 간만에 잠깐 들어왔는데...
인사 놓고 갑니다.
봄이 바쁜건 좋은 거지요
선유도 오사나요?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오잉? ㅋㅋ오랜만에 뵙네요^^
선유도는 일 핑계로 못 갑니다.
뙤 뵐날이 있겠지요.
그동안 모아 놓으신 작품 부탁드려요^^
李진환님의 댓글

우듬지에 솔방울 수류탄을 두르고
완강히 버티는 잣나무/
첫 발상 아니 사유 좋고,
뒷풀이는 막걸리 석잔인거고,
방가요, 인사 넙죽.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와ㅋ 곱슬머리 해리포터안경 시인님, 방가훠욤ㅋ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