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놉시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봄의 시놉시스
#달산할매
아직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아침이다.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달산할배가
창문 붙잡고 흔드는 겨울처럼 유난을 떤다. 소란에 잠에서 깬 달산할매,
짜증 섞인 고함을 고래고래 질러댄다.
달산할배의 등짝을 확 후려갈기고는 솥에다 밥을 안친다. 그새를 못 참고
인기척조차 사라짐을 느낀 달산할매는 불만을 궁시렁궁시렁 토해낸다.
툇마루에다 아침밥상 차리고 달산할배 기다리던 달산할매의 느릿한 하품
이 입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말라있는 동백나무가지를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혼자 중얼거린다.
“사람도 저렇게 왔다 가면 좋을 것을.”
#달산할배
아직 아침공기가 서늘하다. 아침서리에 흙이 얼어 걸음마다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논길, 봄은 요란하게 오지 않는다. 달산할배를 따라 나온 누렁이가 논으
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짖는다.
완전히 말라 얼어붙은 논을 한참 뚫어져라보는 달산할배 곁에 찬바람이 스친
다. 바람에 황금물결을 일으키는 벼들을 두 눈으로 예견하는 중이다.
아침 동이 완전히 텄다. 살랑이는 찬바람이 달산할배의 등을 떠민다. 집으로
걸음을 옮기는 달산할배는 바람과 함께 나비날개 같은 잎사귀들을 몰고 온다.
댓글목록
현상학님의 댓글

참 재미가 있습니다. 달산할매이건 당산할매이건(사실 저는 달산할매는 처음 보는 말입니다만...) 음과 양의 싸움도 그렇거니와 심드렁해진 달산할배가 몰고오는 봄,의 기운에 누렁이 꼬리 살랑거리는 모습이 선합니다. 봄 연극(?) 또는 드라마를 완성하는 할매와 할배의 모습에 슬그머니 미소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