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으로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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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를 내려놓고 수천 년
혼자서 저녁 산책을 나섰습니다
개나리 노란 등불 내걸고
어두워 오는 오솔길 밝히고 있었습니다
풍문에 서둘러 망울 터트린 목련이
수줍게 웃고 있었습니다
웃음소리가 너무 환해서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당신을
입 밖으로 불러내고야 말았습니다
내 얼굴 목소리 기억 하나요
우리가 즐겨 들렀던 찻집
첫눈 내리던 날의 시계탑
손잡고 함께 걸었던 고궁 잊지 않았나요
그때 그 동네에 살고 있나요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돌아나가는 간이역
목련꽃 나무 아래서 찍은 사진
당신 사진첩에 꽂혀 있나요
이제 와 무얼 숨기겠어요
난 사랑에 비겁했어요
나를 사랑하느냐고 당신은 또 묻습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고 수천 년
아직 그 말씀 휴효한가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01 12:35:53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현상학님의 댓글

고즈넉한 목소리가 좋습니다.
이경호님의 댓글

달달하당...
제대로근(불수의근)이 입꼬리를 실룩이게 합니다.
광화문 해태처럼 씩 웃고 갑니다.^^
인디고님의 댓글

앞만 보고 달려도 짧은 생, 돌아다보면 안 되는데 자꾸...
이거 늙었다는 자백 같아서 영...꺼림칙합니다
인디고님의 댓글

해태처럼 씩에 입꼬리가 ...
요즘은 좀 쉬시는 거 같애요
하긴 쉴 때는 쉬어야죠
시 신이 강림하실 때까지...
이경호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쉬긴요... 마지막 글 올린 게 사흘전입니다.
그것도 두 편이나... ㅋ
일주일 한 개가 목표인데 오버해서 3월달에만 열 편.
즉, 평균 사흘에 한 번 졸시를 배출하는 어이없는, 쓸데없는 짓을 했어요.
저는 많이 올릴수록 점점 조악해지더라고요.
다독, 다작, 다상량에서 다작은 빼자입니다.^^
인디고님의 댓글의 댓글

보통 시인들이 5년에 시집 한 권이면 부지런한 경우죠
대략 한 달에 한 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면...아 이거 계산이 아주 복잡해집니다
3다가 문젭니다 한데 시마을 최우수작을 연거푸 가져가신 경호님의 경우라면
3다에서 자유로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습니다 거시기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