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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창을 열자 창유리에 붙어있던

새의 울음, 쏟아진다

창문에 매달린 수많은 귀가 새의 울음을 모아서

메마른 마음 밭에 물을 준다

 

이내 촉촉해지는 묵정밭

새의 부리가 자란다

뾰족해진 부리는 매달린 귀를 향해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처럼 꿈을 던진다

 

작년에 헐린 집터에

주춧돌을 고이고 기둥을 세운다

공중에서 롤링 익스트레인을 타던 아이들이

차례차례 내려온다

입만 벙긋거리는 꽃눈사이로

허공을 쪼는 새 울음

 

지난겨울 내린 하얀 거짓말이 내다 건

귀가 말라 기어이 새소리를 내더니

엉클어진 계절의 이동경로가 이제야 드러난다

 

살비듬처럼 떠다니는 산 벚꽃이

골짜기를 가득 메울 무렵

 

떼를 지어 물어나른 새들의 눈물로

새벽 묵정밭, 소란하겠다

 

*조세희 소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01 12:40:0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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