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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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하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현실적인 여인의 손을 잡고
짧은 페이지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낮은 구름과 더 낮은 중력이 있다
혓바닥을 집어삼키는 칠리와
포크를 삼킨 젤리를 꿀꺽 삼키는
입술의 오후는 따갑고 부드러운 긴 젓가락
태양이 벗어놓은 구름을 가볍게 걸치고
지구가 숨겨놓은 중력을 잠시 거절해보는 오후
오래된 책상 위 차분하게 쌓여 있는 먼지가 떠오르고
서랍을 열면 해변의 모래알보다 따뜻한 기억이 차오른다
의자에 잠겨 설레는 사막의 웅덩이 속 짧은 페이지를 마르기 전에 들여다본다
흩어지거나 쏟아져 사라져도 다시 찾아오는 낮은 구름
르누아르가 꾸민 신데렐라의 하늘은 채도가 낮았기에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피의 흔적이
장미와 재스민이 떠다니는 물의 흔적으로 흐르고
밟아 오르기 위한 우뇌가 기사도 정신으로 변하는
동화의 도막 난 사람은 분홍빛, 뷰파인더 속에서 걸리는
전선의 개수와 전류의 방향을 찍어
눈앞의 현실과 눈 안의 흐름을 동화화 하고 싶었지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은
우산을 접고 비현실도 접는다
짧은 페이지를 서랍 속으로 밀어 넣고
채도를 높여 온몸 구석구석 바른다
우산에 찔린 비둘기가 찾아낸
뭉개진 고양이는 아스팔트로 스며든다
튕겨져나가는 손톱과 결국 찾아내는 손
오후의 마지막 옷이 빨려 들어가며
하루의 대부분이 묻은 오늘의 낮을 세탁하고
내일의 궁금한 방향을 밤의 베란다에 널어놓는다
해가 지기 전 훌쩍 커져 버린 그림자를 편히 눕히고
이불 속에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척추는
오늘 마지막으로 안녕하십니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토성의 고리는
내일 끼워야겠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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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좋은글에 머물다가 갑니다 늘 건 필하소서
원스톤님의 댓글의 댓글

노정혜님 좋은글은 아니지만^^;;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네세요~~
시엘06님의 댓글

원스톤 님의 시에는 사물이 살짝살짝 낯설어지면서 전체가
묘한 느낌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독특하고 비범한 글입니다.
마지막 연이 참 인상 깊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원스톤님의 댓글의 댓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시를 가볍게 적어보려 했는데,
현실적으로 부족한 글이 된 것 같아요.^^
시엘06님의 댓글에 힘을 얻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