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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1,486회 작성일 16-02-15 19:04

본문

 

업보(業報) /

 

스무 살 여름날은 그림자만큼 길고 지루했다

왈패 덕배와 키 작은 민준이네 개를 잡아먹은 날

먼 아덜이 저다타나

민준이 엄마는 우리들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낱알에 섞인 뉘처럼 외가에 얹혀살던 나는

동네라곤 감나무 그늘 빼고 도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끔, 차곡한 돌담을 허물어뜨리며 싸돌아다녔다

이남박 쌀알 일던 할머니

민준이 엄마 마당귀 들어서는 걸 눈빛으로 돌려보내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댄으로 숨어든 나에게 뒤넘어 꾸짖었다

깡마른 손,

조리질 일던 쌀은 눈같이 대나무 소쿠리에 쌓이고

뉘, 돌이 싸라기와 마당으로 던져지자

닭들은 대가리를 주억거리며 거봐라, 그럴 줄 알았어

할머니 편을 들었다

 

벽에 걸려 먼지 앉은 할머니 손우물

공일이면 늑장 부리는 나를 어여 어여 손짓한다

창고에 갇혀있는 개 풀어주라고

뱃속의 개와 함께 들판을 달리라고

죽을 때까지 그리 살아도 복 받기 쉽지 않을 거라고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09:41:23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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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승화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승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의리! 근데...서리를 하려면 나같이 동네 친구들이랑 우리집 닭장 전체(12마리 였던가?)를 털어야 되는데...그래서 한 놈당 한 마리씩 먹었는데...배불러 죽는 줄 알았다는 전설이 있답니다...바닷가에서 삶아먹고 뼈만 뭍어놓았더니 거기 아이쿠야! 지네들이 아주 난리가 아니어서 들켰지요. 국민학교 다니는 손주가 그랬다는데...할머니는 모른 척 넘어가 주더라구요. 세상의 모든 할머님들 화이팅!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좀 억울한 게요. 민준이라는 친구가 개가 재패질 한다고 즈그 음마 개를 잡아먹으라 했거든요. 친구 어무이도 맘대로 해라, 그러셨고요. 설마 니깐놈들이 그런 주변머리가 있겠냐 하셨나 봅니다.
어쨌든 그 일 뒤로 저는 인생이 꼬여서 고생고생 개고생을 하게 됩니다. 다음편에 계속, 컨틴뉴드...,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개는 고생이란 걸 모르고 사는데 하필 그때 태어나서 개죽음 당하다니 개팔자는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라도 개한테 잘해줍시다. 시평도 잘하는 개에게는 개껌도 사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바람도 쐬어 줍시다.
존이 말할 때 후속편 후딱 올리랍니다.
이미지고 이미자고 저는 걸러먹었습니다. 먼저 가세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기상 알람 울리기 전에 먼저 깨는 맛을 아시나요? ㅎ
랑랑랑 동피랑님, 보물창고 열어주세욤^^
이미지인지 미지의 탐험인지 저는 틀렸어요, 먼저 가세요

시엘06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흑백 영화 한 편 보는 느낌인데요. ^^
웃음이 나오는데 한편으로는 싸한~ 감동이 찬찬히 올라와요.
참 읽을수록 정이 가는 시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못 써도 과한 칭찬, 으흑흑흑....

27년전의 일이었어요,
파도는 넘실넘실
고래는 덩실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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