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10>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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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나는 오래도록 빈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사진첩 빛바랜 사진처럼 손꼽을 수 없는 나날이었다.
더 이상 사라지지 않을, 늘 내 것 같았던 그 자리에
제멋대로 찾아와 진심을 털어놓던 당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채 기억하지 못한 이름 석자,
성난 당신은 눈초리를 찡긋거리며 발등을 밟는다.
유리창에 그린 얼굴
게으른 몸에 기생하는 머리가 사라졌다.
밥먹듯 진실을 삼키던 목구멍이 사라졌다.
어제와 똑같은 기름진 내장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곰팡이처럼 뿌리내린 것은
낡은 사상과 거울에 비친 허상이었고
들리지 않을 목울대의 작은 울림같은 것이었다.
그렇다 하여도
끝끝내 나를 뿌리치지 못한 것은
부지런하고 정직한 두발 뿐이었다.
글쓴이 : 박 정 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09:47:07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박정우 시인님,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자주 오세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고현로 시인님
출근부에 도장은 찍지 못하겠지만
자주 들러 이야기 보따리를 풀겠습니다.
계절은 봄에서 다시 겨울로 회귀하는 모양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은린님의 댓글

저 의자에 오래 머물었을 시인님의 시선을 느끼고 갑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세상 누구나 황금빛 회전의자나
중심 잃고 삐걱대는 낡은 의자 하나쯤 품고 사는 듯 합니다.
어느 의자에 앉아 있든지 간에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살면
그 삶의 의미는 이미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늘 건안, 건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