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6> 외눈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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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1.
눈 밑 마스카라를 고치다 쓰윽, 그린 외눈박이, 젖살 오른 둔덕에 등골
휜 나무가 마지막 잎새를 떨구고 마을에 안구건조증이 돌림병처럼 돌
았다. 별처럼 반짝이는 수정체에 거꾸로 박힌 녹슨 산과 바다로 고개
돌린 개울이 흑백으로 남아있다. 외눈박이는 숱한 사연을 품은 고고한
달빛처럼, 막 울음 쏟을 애틋한 눈빛을 닮았다. 요즘 어떠니?, 너무 외
로운 것은 아니었니?
2.
마른 나무등걸 사이로 비등하는 세상 소리에 새들은 불 지핀 아궁이
속 비릿한 콩알처럼 타닥 튀어오른다. 외눈박이는 번듯한 수문장처럼
검은 수트를 걸친 새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꿈을 꾸는 이니스프리
여 안녕, 노스탤지어여 안녕,
3.
가늠할 수 없는 묵언수행, 닫힌 동공을 열고 미완의 숲에 수묵으로 덧
칠한 새가 날아간다. 새들은 뿌연 하늘에 두쪽짜리 집문서를 훈장처럼
내걸고 온종일 수선을 피운다. 달콤한 솜사탕은 하늘 밑 뜬구름이 되고
거품으로 지어진 집에 넋 놓고 배달되는 고지서에 외눈박이의 초점은
사뭇 흔들렸다.
4.
흑점이 된 둥지와 뜬금없이 중심이 흔들리는 집, 점점 흐릿해지는 동공
속으로 뒤집힌 피사체들, 안력이 쇠해지면 원근에 대한 미련쯤은 가벼이
버려야한다. 그래 잘 그렸어. 덕분에 잘 살았어. 외눈박이는 또 그리 쉽게
빈말을 전한다.
글쓴이 : 박 정 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09:56:15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은린님의 댓글

풍성한 눈썹에 새들이 살고
숲이 무성한 호숫가
외눈박이에 세상을 품고 있네요
상상의 나래가 깊고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외눈박이 눈동자 속으로 자꾸 빨려들어갑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지럽습니다.
무한 상상의 나래, 제 필력은 여기까지 인듯 합니다.
부족한 필력에 부끄럼이 먼저 앞섭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誕无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잘 지내시고 계신지요?
늘 평안하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