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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8> 빙그레가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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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08회 작성일 16-02-16 20:26

본문

 

 

 

 

빙그레가스집


 

 

 

밋밋한 현관문에 치근덕대는 전단지, 바람에 나부끼는 오색 깃발처

럼 펄럭, 무엇인가 싶은 가시 돋친 관심사. 그 호기심은 바로 외면으

로 꾸겨진다. 딱히 볼 일 없는 것. 전단지 휘날리는 현관을 지나 인적

없는 모퉁이에서 억세게 멱살 잡혀 사정없이 얻어 터졌다. 무방비로

얼마나 얻어 맞았는지 뺨이 얼얼 벌겋다. 꾸불꾸불 아지랑이 자지러지

는 봄날도 아닌데 귓불에서 광대까지 벌건 꽃이 피어나고 사타구니 아

래가 봉긋 땡땡하다. 겨울엔 바람마저 별을 단 폭력사범. 속 시원히

사지를 후려 갈기고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빙그레 웃는다. 귓불 비비며

후다닥 횡단보도를 건너 아주 오래된 집이 눈 앞에 떡, 그 추억의 집,

빙그레가스집

 

 

 

세상은 변해가도 내내 변치 않는 간판을 걸고 마을 터줏대감이 되었

다. 방귀소리 잦은 뿡뿡대장은 아니었지만, 가스 가스 가스 뿡뿡, 도

색 벗겨진 횡단보도를 총총 건너 빙그레가스집 낡고 해맑은 간판, 빙

그레 웃는 것이 천하일품, 언제나 방글방글, 웃음짓는 빙그레가스집

 

 

 

개발붐에 썰물처럼 속절없이 떠난 사람들, 땅따먹기 놀이에 푹 빠져

넋 놓고 따박따박 금을 긋고 가슴마다 붉은 쇠말뚝을 박았다. 뒤늦게

안 마을 물갈이의 전초전, 도시가스가 들어오면서 뒷방 신세가 돼버린

가스통, 깜박거리는 형광등 아래 귀밑머리 하얗게 쇨 때까지 웃음을

팔았고 뱃살처럼 불룩한 가스통에 여전히 추억 하나, 향수 둘을 꾹 눌러

담았다. 웃자, 빙그레 웃자, 맘 놓고 웃어보자, 빙그레가스집 앞에서



 

 

 

 


글쓴이 : 박 정 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10:04:08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고현로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엔 바람마저 별을 단 폭력사범...등등
멋진 표현이 많은데 이제야 읽게 되는 게으름에 양해를 부탁드려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맙습니다.
퇴고를 잘 해야하는데...

그 관심과 정성에 감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기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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