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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9> 귀경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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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경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224회 작성일 16-02-18 11:29

본문

 

귀경 일기 /

 

겨우 도회지 아파트 네댓 평 값이면 되는 촌집이

가난에 밤새 울어 언 것이 고드름이다.

추운데 나오지 마시라,

두고 오는 헌 옛집 어쭙잖아 뒤돌아볼 때마다

구부정한 감나무 점점 점이 된다.

 

겨울에도 푸른 대숲골 골짜기.

지난주에 산 로또는 꼭 일등 같아

근사한 집 지었다 부쉈다 흐리멍덩히 달리다가

세뱃돈에 낄낄대는 애들을 보니 괜스레 배가 아프다.

도로를 꽉 메운 차들.

거지 아닌 척 삐까번쩍 자동차로 몰려다녀도

떼거지 뒤꽁무니라 죄다 거지 떼로 보이는데

나도 한통속 거지라 부아가 더 치민다.

 

기름이 없어 차가 설 것 같다고

코 묻은 돈 뺏으려 수를 쓰자

자신들이 애써 번 돈이라고 꼭 움켜쥔다.

가다가 앵꼬 되면 둘 다 뒤에서 밀어라 으르며 울리자

아비라는 사람이 쪼잔하기 그지없다고 아내가 타박이다.

그래, 세상이 절 한 번 하고 오만 원이면 살만하겠다.

하긴 시멘트 배달 가서 땀내고 고개 까딱하면

생활비도 되고 차도 사니 남는 장사이긴 한데

해마다 절값이 줄어 그게 큰 걱정이다.

 

어느덧 시골집보다 훨씬 비싼 닭장 같은 곳으로 돌아와

가져온 튀김으로 술을 마시며

내 뒤로 길이야 콱콱 막혀라 몽니를 부리다가

한겨울에도 훌러덩 벗은 빤스 브라자 광고에 휘둥그레져

멀거니 텔레비전만 들여다본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10:15:50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조경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저희 남편도 설에 조카들 세뱃돈으로 빈지갑 빈털털이 신세
애들배만 두둑해졌지요
귀경길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이네요

맛있는 점심시간으로 고고씽~~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이미지 행사도 끝나 가는군요...

먹먹한 가슴에 공허한 시어들만 가득했는데
시끄럽게 짖던 개가 입을 다물자 허공이 텅 비듯이
공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허전함을 달래려 쓰고 또 쓰고,
없는 것을 자꾸 꺼내려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가라 말 거는
그런 귀한 말 들만 모아봐야겠습니다.
매번 훈훈한 관심에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안세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세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궁~~ 저는 올 설 빈주머니 빈털털이 주머니 뒤집었습니다. 대신 한 보따리 먹을 거 들고 왔지요.

누가 지갑에서 돈 꺼내길래 제가 옆구리 쑤시고 집어넣어라잇!! 눈 흘기며 옆구리 찔렀지요.
올해는 그냥 넘기자 하며.. 올해는 그냥 우리가 챙기자 하며...ㅎ

빤스 브라자 광고 본지 어언~~^^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고현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로 만들어보려고 안간힘, 몸부림, 악다구니 다 써봤는데요...
모르겠습니다. ㅎㅎ
지울까 고민도 많이 하다가 나름 낑낑거려봐서 여한도 없고
선하시는 분들의 평가를 지켜보고 판단할까 합니다.
졸시 제작자의 누추한 가옥에 머물러주셔서 큰 은혜를 입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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