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9> 귀경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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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경 일기 /
겨우 도회지 아파트 네댓 평 값이면 되는 촌집이
가난에 밤새 울어 언 것이 고드름이다.
추운데 나오지 마시라,
두고 오는 헌 옛집 어쭙잖아 뒤돌아볼 때마다
구부정한 감나무 점점 점이 된다.
겨울에도 푸른 대숲골 골짜기.
지난주에 산 로또는 꼭 일등 같아
근사한 집 지었다 부쉈다 흐리멍덩히 달리다가
세뱃돈에 낄낄대는 애들을 보니 괜스레 배가 아프다.
도로를 꽉 메운 차들.
거지 아닌 척 삐까번쩍 자동차로 몰려다녀도
떼거지 뒤꽁무니라 죄다 거지 떼로 보이는데
나도 한통속 거지라 부아가 더 치민다.
기름이 없어 차가 설 것 같다고
코 묻은 돈 뺏으려 수를 쓰자
자신들이 애써 번 돈이라고 꼭 움켜쥔다.
가다가 앵꼬 되면 둘 다 뒤에서 밀어라 으르며 울리자
아비라는 사람이 쪼잔하기 그지없다고 아내가 타박이다.
그래, 세상이 절 한 번 하고 오만 원이면 살만하겠다.
하긴 시멘트 배달 가서 땀내고 고개 까딱하면
생활비도 되고 차도 사니 남는 장사이긴 한데
해마다 절값이 줄어 그게 큰 걱정이다.
어느덧 시골집보다 훨씬 비싼 닭장 같은 곳으로 돌아와
가져온 튀김으로 술을 마시며
내 뒤로 길이야 콱콱 막혀라 몽니를 부리다가
한겨울에도 훌러덩 벗은 빤스 브라자 광고에 휘둥그레져
멀거니 텔레비전만 들여다본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10:15:50 창작시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조경희님의 댓글

ㅎㅎ
저희 남편도 설에 조카들 세뱃돈으로 빈지갑 빈털털이 신세
애들배만 두둑해졌지요
귀경길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이네요
맛있는 점심시간으로 고고씽~~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아, 이미지 행사도 끝나 가는군요...
먹먹한 가슴에 공허한 시어들만 가득했는데
시끄럽게 짖던 개가 입을 다물자 허공이 텅 비듯이
공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허전함을 달래려 쓰고 또 쓰고,
없는 것을 자꾸 꺼내려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가라 말 거는
그런 귀한 말 들만 모아봐야겠습니다.
매번 훈훈한 관심에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비의날개님의 댓글

애들 세뱃돈 뺏어서 사모님 팬티와 브라자
사줄 것 같은 배짱이 두둑하신 분이시네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붺~ 첨 뵙는 분이 무신 그런 불경한 소리를....
할턴 진짜....
(닉이 그게 뭡니까? 소녀틱하게시리...)
나비의날개님의 댓글의 댓글

날개로도 안가려 지는군요.
그럼 좋은 닉, 하나 소개시켜 주세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지구의달ㅋㅋㅋ
안세빈님의 댓글

에궁~~ 저는 올 설 빈주머니 빈털털이 주머니 뒤집었습니다. 대신 한 보따리 먹을 거 들고 왔지요.
누가 지갑에서 돈 꺼내길래 제가 옆구리 쑤시고 집어넣어라잇!! 눈 흘기며 옆구리 찔렀지요.
올해는 그냥 넘기자 하며.. 올해는 그냥 우리가 챙기자 하며...ㅎ
빤스 브라자 광고 본지 어언~~^^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긴 글을 쓰는 재주가 없어서...ㅎㅎ
걍 흉내 한번 내봤습니다. 건필하세효~!
최정신님의 댓글

시가 되는 일기...
시가 되는 일상...
시가 되는 비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시로 만들어보려고 안간힘, 몸부림, 악다구니 다 써봤는데요...
모르겠습니다. ㅎㅎ
지울까 고민도 많이 하다가 나름 낑낑거려봐서 여한도 없고
선하시는 분들의 평가를 지켜보고 판단할까 합니다.
졸시 제작자의 누추한 가옥에 머물러주셔서 큰 은혜를 입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