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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4> 투베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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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원스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78회 작성일 16-02-18 22:30

본문

 

 

투베로즈

 


그래서 발화한 시점은 언제입니까?
첫 신고서에 비가 내릴 때

 

그런데 무사히 발화를 마쳤습니까?
숨겨놓은 한 페이지 빼고는

 

그러니까 불을 피웠단 말입니까?
꽃을 피우려고 했지요

 

그녀가 겨누는 가녀린 두 손
꽃망울이 피어오를 무렵
삶을 비껴 겨누는 짙은 아이라인
리볼버를 감은 여린 손은 라일락의 꽃말을 놓치고
홍등 아래 여섯 송이 투베로즈를 장전한다
세금 없는 독방에서 소리를 죽여가며
당기는 진한 향기는 끝없는 마감을 명중시킨다
바람은 거세지며 작은 욕조에 너울이 일렁인다
일정한 간격으로 일렁이는 그녀와 거품
길어지는 장마는 마지막 햇살의 행방을 놓치고
그녀가 불어대는 비눗방울은 울타리에서 서성이며
행성의 언저리 굽은 골목 끝부분에서 증발한다
비누와 방울을 함께 날려버리는 투베로즈

 

숨겨놓은 한 페이지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라일락의 꽃말 같은, 사람

 

꽃은 무사히 피웠습니까?
불꽃이 피는 순간 터졌지만, 곧 꺼졌지요

 

그렇게 꺼져주었지, 꺼지는 밤은
어둠이 끝인 마냥 연기를 더듬으며 누워 흘렸지
공이를 젖혀 손끝으로 몸끝으로
당기고 당기고 당겨버린 방아쇠는
누구 하나 쉽사리 끝내지 못한다
검푸른 하늘 속만 맴돌며 오늘도 진동
투베로즈는 시들고 향기는 내일도 진동


서서히 집게손가락은 굽어진 채로 굳어진다

 

 

*투베로즈 tuberose (월하향 月下香)
향기가 강하며 만향옥(晩香玉)이라고도 한다.
멕시코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꽃말  :  위험한 관계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20 10:25: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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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원스톤님의 댓글

profile_image 원스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절기상 오늘이 우수네요.  눈이 녹아 빗물이 되는 과정을
잘 표현해야 하는데 아직은 어려운 것 같아요.
활연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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