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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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곡마을 간선버스 정류소 아침
노선표 귀퉁이에 광고지 하나가 너덜거린다
쉽게 붙은 것들은 떨어지기가 쉽지 않듯
밤새 불어댄 찬바람에도 청테이프 한 조각이 돌쩌귀처럼
삐걱거리는 종이 귀 하나를 꼭 쥐어 잡고서
좀체 놓아주질 않는다
지난밤
별 바램이 없는 이가 붙이고 간
바라봐주길 간절히 바라는 이의 마음은
두 눈 뜨고 백날 봐도 생각 없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법
열린 귀라도 모두 다 들리지 않듯
당장
어제의 버스가 똑같이 오고
똑같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사이
무심한 용역원이 다가오고
그예 그 귀 찢겨나가는 줄은 아무도 모르고
종일
하루가 전쟁일 것이고, 그럼에도
오늘밤 또 소망이 올 것이고
내일은 무덤덤해질 것이고
나는 나대로 어쩌다
시나브로 시나 들을 것이고
내일은 모르겠고
댓글목록
조경희님의 댓글

누군가는 간절한 바람으로 광고지를 붙였을 것인데
사람들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나날의 일상 속에서
나 또한 그들과 더불어
그들처럼 하루하루 살아갈듯...
반갑습니당
인도의 2월은 어떤지요
잊을만 하면 한번씩 나타나시네요 ㅎㅎ
서울 오시면 연락하시고용^^
활연님의 댓글

후곡마을에선 한동안 산 적이 있는데
귀국길 마침표를 찍고 다시 돌아가시나 봅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할 것인데
도인들의 나라이니까, 돈 많이 버는 도를
득하시길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예시인님의 댓글

/밤새 불어댄 찬바람에도 청테이프 한 조각이 돌쩌귀처럼
삐걱거리는 종이 귀 하나를 꼭 쥐어 잡고서
좀체 놓아주질 않는다/
햐, 번득 거리는 표현입니다.
생사를 무릎쓰며 달려있는 모습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한드기님의 댓글

반갑고 아름다우신 분들
방문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한국에는 사업차 자주 들어가는 편이라
눈 뜨면 현실에 적응하기에
인도와 한국이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
그건 정말 맞는 듯
예시인(고여사님)은 잘 아실 듯 ㅎ
아무쪼록 모든 분들
건안하시고, 가내 평온하시길
바라오며,
중간 기착지 홍콩에서 와이파이 접속해서
뒤늦은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