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또는 쓸 수 없는 꿈 > 우수창작시

자투리 또는 쓸 수 없는 꿈


오전의 바닥은 어제보다 낮아졌어요
오늘 만나는 길고양이는 모두 포복자세로 임무를
수행 중이네요, 누군가를 경계 중이지요
나일 수도, 너일 수도, 우리일 수도 있어요

버스는 너의 행동으로 어제보다 가볍지요
탄력을 실을 공간은 비어 있지만
연비가 좋아진 버스는 오래갈 것 같아요
가야 할 곳은 빈 곳이지만 오래갈 것이 분명해요

밤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 몸을 덮치네요
오차 없는 어둠이, 웅크린 작은 몸 위로 펼쳐지네요
가위의 날은 풍부한 어둠을 재단 중이지요
자투리는 핏기가 남아 있는 사과와 같이 갈아버리지요
섞여 들어가는 것은 쓸 수 없는 꿈이었어요
믹서기에 박히는 촘촘한 기억이 따끔하네요
재봉틀의 틀을 들어내니 바늘만 남았지요

버스는 떠나고 내일은 더 가벼워질 것
조금은 떠서 더 오래갈 것
없어진 두 자리는
적조로 채워지거나
빈 공간으로 채워지거나

쓸 수 있는 꿈으로 인도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05 15:30:4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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