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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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이라는 말
절대적이라는 말은 무엇도
범할 수 없는 온전한 몸을 갖고 있어
어디에도 무른 구석이 없어
그 말 속에 크고 단단한 뼈가 있어
아무리 흔들어도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데
절대적이라는 말은 그 힘을 가늠할 수가 없어
멀리 둘러가도 그 힘의 경계를 찾을 수가 없어
예나 지금이나 서늘한 시간으로 한달음에 다녀가신다
젊은 아버지가 공단으로 일을 가시고 없을 때
빈 들에 성큼 가을이 왔다
잔기침을 쿨럭이는 어머니를
마른 자리를 찾아 집에 곱게 누이고
어린 삼형제가 들일을 나갔다
어른이 없는 들은 얼마나 크고 무서운가
아이들은 너른 들에서 몇 개의 곁가지만 부러뜨리며
우두커니 섰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늘 진 논둑으로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와
아이들은 다시 너른 들에 섰다
어머니 모로 누워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보신다
아무도 범할 수 없는 힘으로
물끄러미 우리를 지켜내신다
절대적이라는 말을 아시는 듯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의 몸이 너른 들에서 단단해지는 순간들을
주섬주섬 무른눈으로 챙기고 계셨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2-05 15:41:27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박성우님의 댓글

한 주에 한 편 쓴다...... 고 스스로 약속한 게 있는데... 힘드네요~
님들 대단하십니다~~
활연님의 댓글

추억을 소환해서 눈 발자국을 놓으셨네요.
하루에 백 편은 못 쓸까요, 소설 쓴다 생각하면...
그러나, 시가 될지 말지 그러지요.
'우리의.........계셨다'
서늘하군요. 나, 담배 끊어야지. 연애 끊어야지
일주일에 딱 한번 해야지, 뭐 이런 약속들 너무 하지 말고 편하게
내키는데로 살면 좋을 듯.
만 편을 써더라도 묶으려면 4, 50편 습작을 탓할 수는 없지요.
누구나, 열정과 낭비 사이를 오락가락 하니까요.
굿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예전 학부 때... 강인한 샘께... 궁금한 게 생기면 메일로 묻고는 했습니다. 그때 샘께서 가급적이면
1주일에 한편을 쓰고 퇴고를 마치라고 하셔서..... 맘에 새기고 있었는데 어렵더라구요~
절대적.. 뭐 이런 말을 쓰다가.. 문득 어린 우리 형제끼리 들일을 할 수가 없어서
아픈 어머니를 논둑에 누여 놓고 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파도 어머니가 곁에 계시니까 들일이 무섭지 않았다는......
그 시절 어떻게 건너왔을까요~~
책벌레09님의 댓글

"그늘 진 논둑으로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와
아이들은 다시 너른 들에 섰다
어머니 모로 누워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보신다"
그 깊이가 남다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그 시간들 다 어디로 갔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