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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2>심해어(深海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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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수련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440회 작성일 16-01-05 17:36

본문

 

 

심해어(深海漁)

-겨울 요양원에는 해가 뜨지 않는다.- 

어이!

여기는 깊어서 빛이 전혀 들지 않아

바람소리 새소리 숨소리도 침묵에 깔려버렸어

잠깐 해가 떴다가 지면 삼백육십오일 중

하나를 씹어 먹는 벌레의 이빨이 있고

그 이빨에 조금씩 으깨어지는 엄마의 호흡이 있어

 

어이!

엄마가 건너온 은하수는 아주 깊어

은하수가 반짝인다는 건 동화에나 나오는 얘기일 뿐

우린 바로 앞에서 뺨을 때려도 모를 어둠을 은하수라고 해

바람도 없고 새도 없고 악다구니도 없는 고요,

그게 바로

엄마의 마지막 세계, 언덕위의 집이야

가끔 삼겹살 굽는 냄새가 어느 옷깃에 묻어와

입안에 침이 고일 때도 있지만 가느다란 호스가 삼켜버리지

 

어이!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심연을 깨뜨리고 철문 앞을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건 단지 이 깊은 심해에도

생명이 있다는 증거야

눈도 귀도 퇴화된 심해어라고 하면 어떨까

단지 잠깐일 뿐이지만 아직

심장으로 향하는 동맥에 따뜻한 피가 돌고 있으니

좁아진 혈관을 지나느라 혈전들이 벽에 부딪는 소리겠지

 

어이!

저 두터운 침묵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황사로 덮인 고층 펜트하우스가 우람한 어깨를 으쓱거리며

누런 이를 드러내고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몰라

수많은 사람들이 좌충우돌 온종일 쏟아져 내리는

저 벽에 매달린 텔레비전

오늘도 지겹도록 아가미를 펄떡거리고 있어

 

육중한 어둠이 이글거리는 심해에서,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15 10:21:58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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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혹, 제가 아는 그 분?

심해를 잠수함으로 구경한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닌 것 같아서요.
분명 맨몸으로 심해의 속살을 들춰본 사람의
눈!

좋은 시 감상하고 물러납니다.

안세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세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밤은 뱀처럼 온다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대형 물고기이십니다.
글들이 모두 흡입력이 있어 사람을 달라 붙게 만드는군요.

글터님의 댓글

profile_image 글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난해하군요. 철학적이라서 그런가요? 요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심해어인가 봐요?
죽음과 사투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심해의 어둔 구석에서 지겹도록 아가미를 펄떡이는 심정인가 봅니다. ^^
위 자작시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서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둡고 각진 이미지에서 끌어 낸 서술이
새롭기만 합니다

저도 혹, 제가 아는 오래 전 그 분?

좋은 시 많이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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