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3> 도서관에서 밀림을 탐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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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밀림을 탐험하다
문을 열자 밀림이 시작되었다
빽빽하게 꽂혀있는 고목들
오랜 시간 볕을 받지 못한 나무들이 숨죽이고,
모로 서 있다 정수리에 고여 있던 시간들이
창틈으로 스며든 가느다란 햇살에 반란군처럼 몰려든다
햇살속에서만 오글거리는 시간의 입자들
켜켜이 쌓인 나뭇잎을 걷어내고 한 그루 나무
쑥 뽑아든다
(촘촘히 박힌 나이테마다 가득하다, 고양이 떼
어둠속에서 빛나는 눈동자,
갸르릉거리는 고양이 떼
밀림은 고양이 울음으로 가득하다)
이 한 그루 나무를 찢고 나온 붉은 열매
그늘 속에서 돋을새김 되고 있다
누군가의 몸속을 떠돌다 환생한
영혼의 갈피에서 쏟아 논 핏빛 응결체
이걸 삼키면 나도 가이아*가 되고,
갈수록 환해지는 밀림 속 고목의 밑둥치를 돌아
낮은 소리들 웅성거리는 햇살 속에 앉는다
어둠속에서 고양이 한 마리 나는 듯 튀어나와
팔에 안긴다
*그리스신화의 모든 것의 원재료인 기초적질료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1-15 10:21:58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저는 오랜 세월 도서관에 가 본 적이 없는데
이 정경 정겹습니다. 시인이 도서관엘 가면
모든 문자가 항복하고 자리 밑에 있을 것이니
오래 앉아 있어도 피로감이 없겠군요.
예전에 그냥 갈란다 했을 때 바짓가랑이 붙들고
가더라도 가라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오고감이 공허한 장난일 것입니다. 그래도 몇 년
칩거 대단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니까 시가 윤택하고 구체적이고
서정적인데 레알 모던하다.
오빠가 정겹게 인사드립니다. 누이였던가?
훌륭.
안세빈님의 댓글

도서관에서 밀림을 보시다니,
제가 시마을 들어오기 훨씬 전 그분이라는 짐작을 했지요!
향기님의 예전 글을 안보고도, 밤은 뱀에서부터 휘감기는 여자의 직감?
누구들님들은 아니라는데, 맞다고 막 우겼지요. 역시 전설의 그분! 그분의 글을 2014년도에 읽고 싶었으나 우주로 갔더군요.
근래 님의 글에 매료돼 읽고 또 읽고합니다.
이거이거 여자가 여자를 넘 좋아하면 안되는데..펜 한분 더 저에게 생겼습니다.저는 같은 여자지만,예쁜 얼굴을 좋아합니다 이상하게..^^*
괜히 설레이는 건 뭔지..좋은 저녁 빚으세요^^